미옥은 형용사로만 이루어진 문장 같았다. 가볍게 흔들리고, 흔들리다 떨어질 것 같고, 사라져도 문제될 것 없는 존재. 미옥은 세상을 꾸미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 꾸밈이 필요 없는 곳이라면 미옥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리라. 나는 엎드려 턱을 괸 채로, 내 앞을 서성이는 불안정함을, 소리 없이 가득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좋았다.
미옥은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법도 없었다. 문제가 생겨도 ‘그게 뭐, 별일이라고?’ 말하고는 웃어버렸다. 그냥 웃는 게 아니라 웃어─, 버렸다. 웃음 뒤에 따르는 것들─멋쩍음, 짧은 적막, 달라진 공기, 몸의 들썩임, 허전함, 씁쓸함─마저 웃음과 함께 버렸다. 마치 버리기 위해 웃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