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콘텐츠에 따라 꽉 닫힌 결말을 좋아하고, 수학 공식처럼 명징한 해석을 좋아하기도 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정교하게 완성된 해피엔딩이 사람을 얼마나 상쾌하게 하는지! 하지만 때로 확 열린 결말, 아니 숫제 결말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중도에서 길을 잃게 만드는 난해함도 좋아한다. 내가 지금 맞게 읽고 있는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혼란의 독서도 환영이다. 분명 수많은 문장을 해독했는데 마음에 남은 것은 정서의 덩어리나 이미지 다발일 뿐인 책도 매력이 있다.
도식적 해석이나 닫힌 결말만을 추구하다 보면 내 사고도 도식적이 되고 닫혀버릴지도 모른다. 가이드라인이 있는 감상만 좇다 보면 가이드라인 없이 스스로 감상할 능력조차 사라질지도 모른다. 조금 버겁고 불편할지언정 사방으로 열린 글을 접하며, 나의 감각이 사방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해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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