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살며 우리는 거주비로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있다. 부동산은 소유물 중 가장 값진 자산이고, 소용없는 물건을 집에 쌓아두고 거주 환경을 망치는 것이야말로 낭비 중의 낭비였다. 추억은 소중하지만 과거의 망집으로 현실이 협소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나도 해묵은 집착을 청산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집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현관 옆에 나무 상자를 놓고 버릴 물건을 모아두기 시작했다. 오며 가며 눈에 걸리라고 일부러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나는 그곳을 ‘유예 공간’으로 명명했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옷장을 뒤지고 뒤져 진짜로 버려야겠다 싶은 옷을 골라도 바로 버리기에는 너무 애틋한 나머지 정을 떼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옷가지를 창고나 옷장 구석에 처박아두면 처분을 자꾸 미루며 작별을 회피하게 되므로 수시로 직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집을 드나들며 그 유예 공간에 놓인 낡은 옷가지에게 마음속으로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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