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우거진 숲길이 끊기면서 순식간에 시야가 탁 트였다. 동시에 왼편에 커다란 호수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호수 너머 반대편까지 가려면 한참이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드넓은 호수였다. 이른 아침의 햇살이 넓고 고요한 수면 위에 찬란하게 부서졌다. 어딘가에서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를 더 크게 듣고 싶어 버튼을 눌러 창문을 내렸는데, 그러면서 조금 놀랐다. 주행 중에 핸들에서 한 손을 떼고 무언가를 조작한 것은 처음이었다.
액셀을 밟은 발에도 살짝 더 힘을 줬다. 하늘과 구름, 연둣빛 잎사귀들을 머금은 호수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 순간, 나는 운전이 무섭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신기한 일이었다. 심지어 전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드라이브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운전이 하고 싶어 핸들을 잡는 사람들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