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복
추석 명절 다 지내가고 아들과 며느리들은 어제 가고
딸은 오늘 가고 손자는 와서 엄마 가는 것 배웅하고
겨우 점심 해 먹고는 금방 간다.
손자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자꼬 난다.
왜 그리도 섭섭한지.
이제는 자꼬 외로운 생각이 들면서 슬프다.
밖에 나가봐도 시원한 마음은 하나도 없고 먼 산을 바라봐도
괜히 눈물만 날 뿐이지 즐거운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이 비감한 마음을 어디다 하소연하리.
자식들 있어도 다 즈의 생활에 맞추어서 다 가고
나 혼자 남으니 앉아봐도 시원찮고 누워봐도 늘 그식이고
이웃도 적막강산이고.
비는 왜 그리 오는지 앞마당에는 큰 봇도랑 만치
물이 내려가고 뒤란에도 보일러실에도 전부 물 개락이고
밭에도 전부 샘이 터져서 발 딛고 들어서면 진흙에
풍덩 빠져서 어띃게 나올 수가 없네.
물 복은 왜 그리 많이 탔는지 여느 복도 좀 탔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