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해 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다. 누군가 한 손을 내밀어 주면 두 손을 내밀고, 껴안아 주면 스스스 녹아 버리는 눈사람이다. 내 첫사랑은 열한 살 때 만난 부반장이다. 치아에 금속 교정기를 장착하고 이마엔 좁쌀 여드름이 퍼진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아이였는데 그때 난 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표정은 지나치게 차갑고 툭눈붕어를 닮은 돌출된 눈동자에 나를 향한 모멸의 불꽃이 이글거렸는데 그땐 그런 것조차 사랑스럽게 보였다. 왜냐고? 나에게 잘해 줬기 때문에. 부반장은 땅콩이 박힌 초코바와 열두 마리 종이 거북이가 들어 있는 유리병을 줬다.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 들고 복잡한 감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부반장은 화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뒷모습을 보이며 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