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는 나란히 소파에 앉아 먹고 마시면서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기계가 작동했던 몇 달 전에 새뮤얼이 보려고 틀었다가 계속 볼 기분이 나지 않아 금세 껐던 다큐멘터리였다. 혼자서 다큐멘터리 영상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리는 게 훨씬 쉬웠다. 하지만 이제 그의 옆에는 공감과 관심을 소리 내 드러내줄 남자가 있다. 새뮤얼은 어느새 파도 아래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새뮤얼은 섬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곳인지 오랜 세월에 걸쳐 배웠다. 섬은 어르고 야단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통렬히 체감한 시간이었다. 초목은 불친절했다. 같은 채소를 심어도 섬의 어떤 곳에서는 억세고 다른 곳에서는 재처럼 버석거렸다. 식물은 제멋대로 퍼지며 땅을 장악했지만, 모래와 바위로만 이루어진 황량한 땅이 길게 뻗어 있었다. 해안도 박정하긴 마찬가지였다. 반들거리는 큰 바위들에는 미역과 지의류, 새똥과 다닥다닥 붙은 조개류만이 제멋대로 붙어 있을 뿐이었다. 그 주변에서 다시마 줄기들이 썩어가다 갈색 시체가 되어 아침마다 찾아와 꾸물대는 안개 속에서 파도에 허우적댔다.
처음 섬에 들어왔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마구 구르고 뒤채고 휘도는 파도였다. 고립보다도, 길들지 않는 땅보다도, 다른 무엇보다도 무서웠다. 그럼에도 새뮤얼은 싫은 내색 없이 파도를, 그리고 섬을 둘러싼 거대한 바다를 경외하려 애썼다. 그가 계속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돌담을 쌓은 건 아마도 물살의 공격에서 땅과 자신을 지켜내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