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나는 대학을 졸업했고 그건 커피 자판기에 돈을 넣으면 커피가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한 잔의 종이컵처럼 배출되었을 때 나를 집어 든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내 졸업이 잘못된 주문이라도 된다는 듯, 나는 자판기 밖도 안도 아닌 투출구에서 멈춰버렸다. 내 안의 커피는 조금씩 식어갔다. 나를 조금 덜 외롭게 하는 건 방금 머리 위로 떨어진 또 하나의 종이컵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떨어진, 그렇게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는, 그러나 누구도 찾아가지 않는 종이컵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이 내게 위안이 된다는 게 슬펐다. 비로소 내가 깔고 앉은 종이컵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나보다 조금 먼저 배출되었을 그 종이컵은 이미 식어 있었다. 나보다 조금 늦게 배출된 종이컵 역시 나를 비슷한 온도로 느낄 거였다. 미지근하게. 더 이상 뜨겁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