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에서 작품을 떨어뜨렸다. 물론 그건 진짜 〈떠난 사랑〉이 아니었다. 로버트는 내 손에서 떨어진 작품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는 네 작품이 소각될 때의 희열을 왜 거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짜 아우라는 소각할 때만 연기처럼 피어오른다고 했다. 그게 정 그렇게 싫다면 그 소각의 희열을 뛰어넘을 만한 이유를 대라고 했다. 나를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답이 어딘가에 있기를 그 자신도 진심으로 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디선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역시 예술혼은 태운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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