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채찍을 맞은 말이 하얀 콧김을 내뿜으며 재빠르게 내달립니다. 누런 밤색의 장군풀밭 중간 지점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 돌아가야 해요. 정아랑 다른 여자애들이 저 불타는 천막 안에 있어요."
애타는 순이가 애원합니다.
"안 돼! 너무 위험해. 빨리 가. 가즈오 님이 건너편에서 기다린단 말이야."
"안 돼요. 저 혼자 갈 수 없어요. 문을 열어 주어야 해요. 문이 밖에서 잠겨 있단 말이에요."
가냘픈 순이가 이 순간만큼은 바위처럼 단호합니다. 아쯔이가 순이의 팔을 움켜잡으려는데, 순이가 완강하게 뿌리칩니다.
"저 혼자 안 가요. 저 불쌍한 애들 두곤 못 가요."
철썩!
아쯔이가 순이의 뺨을 때립니다. 순이의 고개가 옆으로 꺾입니다.
"네가 못 구해. 네가 다 못 구해. 어서 가. 너라도 구하란 말이야. 시간이 없어."
애가 탄 아쯔이가 순이에게 소리를 지르더니, 순이의 팔을 단단히 부여잡습니다. 강제로라도 끌고 갈 모양입니다.
장군풀밭 건너편에서 중앙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오는 가즈오의 시야에 두 사람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아쯔이와 순이입니다. 높다란 장군풀 때문에 보였다 안 보였다 합니다. 이제 잠시 후면 만날 수 있습니다. 50미터, 40미터, 30미터……. 애타게 기다리던 순이의 얼굴이 이제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즈오는 반가운 마음에 순이의 이름을 소리쳐 부릅니다.
"순이 씨!"
아쯔이와 순이도 가즈오를 발견합니다. 아쯔이가 말을 타고 달려오는 가즈오를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바로 그 순간,
어흐흥!
장군풀밭 속의 세 사람에게 포효가 들려옵니다. 그들이 들은 소리는 분명 사람의 소리가 아닌, 성난 호랑이의 엄청난 포효입니다. 천둥 같은 맹수의 포효에 놀란 가즈오의 말이 갑자기 멈추려는 듯, 앞발을 허공으로 쳐듭니다.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가즈오가 말에서 떨어져 장군풀 사이로 뒹굽니다. 아쯔이와 순이가 소리가 들린 방향을 따라 동시에 뒤돌아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