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말을 탄 용이가 무서운 기세로 달려 나옵니다. 쓰러진 가즈오의 눈에도 용이가 보입니다. 커다란 호랑이 가죽을 걸친 거친 사나이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그 사나이의 커다란 주먹이 순이의 팔을 부여잡고 있던 아쯔이의 턱을 때립니다.
마치 철퇴에 맞은 듯, 아쯔이는 뒤로 다섯 자쯤 날아가 나자빠집니다. 호랑이 사내는 굵은 팔을 뻗어, 순이를 번쩍 안아 들더니 자신의 말에 태웁니다. 그리고 고삐를 틀어 북동쪽으로 치고 나갑니다. 이 모든 일이 가즈오의 눈앞에서 번개 치듯 순식간에 벌어집니다. 가즈오가 쓰러져 있는 아쯔이에게 달려갑니다. 아쯔이는 단 한 번의 주먹에 정신을 잃고 기절해 버렸습니다. 가즈오가 다시 눈을 들었을 때는 호랑이 사내와 순이가 탄 말이 이미 장군풀 너머로 사라진 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