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이가 책을 벗 삼으면 적당히 대화도 할 수 있고 듣기만 할 수도 있고 자기 얘기만 할 수도 있고 언제든 멈출 수도 있다. 뭘 충전할 필요도 없고 연결할 필요도 없으면서도 그 무엇보다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 이 믿음직한 벗은 여전히 나만큼 느려서 나의 고독을 안심시킨다. 근현대의 어느 쪽방에서, 중세의 수도원에서, 고대의 왕실에서 책을 읽던 사람의 등과 우리의 등이 겹쳐지므로 우리는 조금 덜 외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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