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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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탱고를 시작한 것은 감정을 되찾기 위해서였다. 나이를 세는 숫자가 늘어날 적마다 나는 무언가 하나씩을 잃어버려야 했다. 시력을 잃었고, 친구를 잃었고, 연인을 잃었고,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마침내는 감정을 잃어버렸다. 하루라는 시간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없이 그냥 흘러갔다.
내 운명이 빙산 같다고 생각했다. 바다를 홀로 떠돌다 결국 녹아 없어져버리는 빙산처럼 나의 삶도 시간을 부유하다 무의미하게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자괴감이 밀물처럼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런 날이면 나는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잠들기를 포기하고 오래된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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