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최은미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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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경험한 코로나 시대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소설이 있었던가..
우리는 거리두기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2020년 봄에 시작한 코로나19는 2023년 8월 31일이 되어서야 감염병 4급으로 강등됐다. 우리는 최악의 2020년을 경험했다. 무섭고 두려운 시간이 흘러갔다. 우리가 그 시간을 살아낸 것이 아니라 견녀낸 것이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그 악몽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나리는 나리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이자 자영업자이다. 수미는 중학생 딸을 둔 학원 차량 버스운전기사다.

수미는 기정시의 확진자 67번으로 나리공방의 나리는 밀접접촉자가 된다. 수미는 병원에서 격리생활을 하게되고, 나리는 자가격리생활을 한다. 코로나가 확산될수록 국가는 학교 대신 원격수업으로 진행하면서 돌봄의 책임을 가정으로 넘겼다.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의 무게에서 힘겨워했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건 고립이었다. 우리는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사회화를 체득해왔었다. 그런 우리에게 사회화 중단을 요구함으로써 마음 속의 우울감을 증폭시켰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시키고 소외시킬 수 밖에 없었던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만조 아줌마와 딴산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이야기한다. 딴산에 살 던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도 코로나 때문이고, 다시 갇히게 되는 것도 또한 코로나 때문이었다.

이제 그 시대를 견녀낸 우리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외로움과 우울함을 느끼고 있다면,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살아있음을 알게된다.

손소독제를 짜 넣고서 몇몇이 손바닥을 비비는 소리도 있다. 그건 2020년 봄의 소리다.(59쪽)

종수와 결혼해서 평생 단짝이 되면 나는 지겹고 불편했던 여자들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종수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자 내 앞에 펼쳐진 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촘촘한 여자들의 세계다.(151쪽)

수미는 서하를 서하로 여기지 않았다. 자신의 확장으로 여겼다.(166쪽)

서하와 수미가 그들의 집이 아닌 곳에서, 그들 둘만의 고립 속에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섞인 채 서로를 의식했다는 것이, 대면의 시간이 다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 시간을 짧게나마 경유했다는 것이, 그것이 고마웠다.(262쪽)

겨울이 되면서 여자들은 다시 아이들과 함께 집 안에 갇히게 되었다.(268쪽)

마음이 수없이 헤집어지더라도 나는 수미와 서하가 겨우내 서로를 충분히 겪길 바랐다. 두려움을 껴안고서라도 마주 보길 바랐다. 수미가 실감할 수만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고 내 공방 문을 열어놓을 수 있었다. 서하를 보고 있는 어른이 너뿐이 아니라고, 너만이 아니라고, 가족이어서 해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고, 가족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믿어보라고, 가족 아닌 그이들이 저기 있다고, 수미가 체감할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고 말해줄 수 있었다.(304쪽)

*도서는 창비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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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각본
김지혜 지음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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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각본이라고 인쇄되어온 책의 표지는 궁금증을 만들어냈다.
창비는 서평단을 모집할 때 이런 이벤트를 한번씩하는 것 같다.
작가의 이름을 공개 안 해주거나, 제목을 공개 안 해주는 등.. 의 이벤트에 관심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은 [가족각본] 이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지혜 작가의 두번째 책이다.

우선 책은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다.

프롤로그 가족이라는 각본
1장 왜 며느리가 남자면 안 될까
2장 결혼과 출산의 절대공식
3장 초대받지 않은 탄생, 허락받지 못한 출산
4장 역할은 성별에 따라 평등하게?
5장 가족각본을 배우는 성교육
6장 가족각본은 불평등하다
7장 각본 없는 가족
에필로그 마피아 게임
(가제본 책은 3챕터까지만 실려있다.)

우선 1장이 엄청 강력한 인상을 안겨줬다.
1장의 제목은 "왜 며느리가 남자면 안 될까"
이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면지의 광고에 실린 문구 " 며느리가 남자라니" 에서 인용되었다.
우선, 문제는 저 구호가 너무 강력하다.
책을 다 덮어도 저 구호가 잊혀지지 않는다.
며느리가 남자인 것이, 사위가 여자인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가족의 차별적인 성역할을 대표하는 말인 것 같다.

3장에서는 초대받지 않은 탄생, 허락받지 못한 출산을 말한다. 3장에서 과거 혼열아의 강제 해외입양 사례가 나온다. 남성 위주의 호주제가 원인이 된 인권침해이다. 또한 한센인들의 잘못된 정조로 인해 강제 불임을 시키는 이야기도 나온다.

아이의 출산과 양육을 누가 허락하는 것일까? 사회가??? 장애인들이 출산을 하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출산과 양육은 당사자의 선택의 몫은 아닐까? 반대를 하는 이유는 당사자들에게 어려움이 닥칠 때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그들에게 정부에서 제공해줘야하는 복지 정책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까??? 이것은 정해진 복지 예산을 효율적(?) 으로 사용하기 위한다고 말하는 개인이기주의가 내포된 것은 아닐까?

가족이라는 체계는 이제 정해준 데로 갈 수는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이 다르고, 구성된 가족이 다르다. 누군가 그것을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권한을 주진 않았다.
그러나 자금 내가 생활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해준다.
사회가 정한 틀에 해당하면 옳고, 그렇지 못하면 잘못됐다고 말해주는 사회...
이런 책들로 인해서 서로의 관념과 이념만을 내세워 싸우지말고 같이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독자들에게 관심을 유발하는 것 자체로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 이 책은 창비로부터 가제본 책을 제공받고, 솔직하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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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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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불] 은 안녕달 🌛 작가의 10번째 그림책이다.
겨울 시리즈로 눈아이도 있고, 여름시리즈로 수박수영장도 있다.

아이가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와 옷을 훌러덩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상상의 공간이 펼쳐진다. 거북이가 찜질을 하고 있고 얼음 식혜와 데워진 달걀을 팔고 있다.
아이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

추운 겨울 어릴 때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할머니는 춥다면서 나를 따끈하게 데워진 아랫목 이불 속으로 데려가셨다. 이불 속에 누워있으면 세상이 나를 안아주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불이 등장한다. 할머니 집에서 많이보던 꽃무늬 이불....

뜨끈한 온돌 방바닥에 두써운 솜이불을 덮고 차가운 식혜와 귤을 까먹으면서 이 책을 읽어본다. 아랫목처럼 뜨끄뜨끈하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불이 그림 속에 등장한다.

이 책은 나를 추억여행시켜주는 타임머신이구나.
내 마음은 따뜻해지는데... 왜 눈물이 날까...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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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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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타일] 은 김금희 작가의 첫번째 연작 소설이다. 3개의 챕터 속에 7개의 단편 소설이 타일들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12월을 보내는 지금, 어느덧 2022년을 마무리 하며 읽기 좋은 소설이다.
크고 작은 감정의 동요를 마주하지만 그들을 그 곳에 머물게 두진 않는다. 치유를 통해 다시 일상의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주인공들의 치유로 나 또한 상실과 시련 속에서 보통의 삶으로 되돌아온다.
이 연작소설집에 제일 마지막에 실린 [크리스마스에는] 을 가장 먼저 쓰셨다고 한다. 이 소설은 이전에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소설집에 실리기도 했다.

김금희 작가의 소설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잔잔하게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서 나는 규칙적인 호흡 소리를 느낀다.

P.69 영화를 보다 밖으로 나와도 해는 중천이었고, 그렇게 손잡고 가는 길에 할머니는 인생에 필요한 경계랄까 교훈이랄까 하는 것들을 진지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말은 “너무 상한 사람 곁에는 있지 말라”는 것이었다. 꿈을 잃지 마라,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 돼라, 근면하라처럼 흔한 당부가 아니라서 인생의 아주 비밀스러운 경계를 품은 듯 느껴졌다.(「데이, 이브닝, 나이트」)
P.113~114 그저 말을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입을 열어 지금과는 다른 숨을 쉬어보고 싶게 하는 사람. 그런데 옥주에 관해서는 과거도 현재도 알지 못해서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면 되는 사람.(「월계동(月溪洞) 옥주」)
P.177 ˝아니죠, 당연하지. 인간이 그걸 뭣하러 다 기억했다 맞혀요? 인간이 하늘한테 받은 몇 안 되는 선물이 망각인데,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덕분에 지나고 나면 어쨌든 견딜 만해지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야.˝(「하바나 눈사람 클럽」)
P.221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눈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마치 누군가의 머리 위로 죄 사함을 선언하듯 공중에서 끝도 없이 내려오는 그 눈송이들이. 그것은 비와 다르게 소리가 없고 쌓인다는 점에서 분명한 아우라가 있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 소봄의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반짝이며 지민의 말이 계속되었다. 소봄은 그것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힘으로 그날의 밤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이 잃은 사람에게 전해주던 그 기적 같은 입김들이 세상을 덮던 밤의 첫눈 속으로.(「첫눈으로」)
P.258 더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마음의 슬픔에 저항해가던 세미는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설기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눈이 마주친 둘은 한동안 서로를 살폈다. 괜찮을까, 마음을 주어도 사랑해도 가족이 되어도 괜찮을까, 날 아프게 하지 않을까. 이윽고 먼저 다가와 안긴 것은 세미가 아니라 설기였다.(「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
P.305 그러니까 눈 내리는 희귀한 부산의 크리스마스에 우리가 했던 일들은 겨우 그런 사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아닌가.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 있다는 것.(「크리스마스에는」)

도서는 창비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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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은 사양할게요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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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은 사양할게요> 는 김유담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처음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억울하고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하녀들]이라는 연극 속에 등장하는 하녀들이 마담의 옷을 입고 연극을 하는 것처럼 우리의 회사생활도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기위한 몸부림으로 연극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할때도, 실수를 했을 때도 결국엔 쿨하게 보여야 프로답다는 이야기를 한다.
본인의 감정을 다 표현해버리면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팀장은 사회 초년생인 연희에게 신입사원의 월급에는 욕먹는 것도 포함이라고 말한다. 욕먹는 값이라는 말이 너무 슬프다.
직장생활은 성대리처럼 눈치빠른 사람이 최고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과에도 나를 포함시킬 수 있고 내 잘못도 다른 사람들에게로 잘못을 희석시킬 수도 있다. 일을 너무 잘해도 일을 너무 못해도 문제가 되는 것이 회사생활이다. 적당하게 중간만 하려고 하면 그것 또한 눈치가 있어야 한다.

커튼콜 대신에 한발짝 나아가려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 길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첫문장: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

P.7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 매일 아침 사무실 문을 열고 출근한 동시에 퇴근 충동을 느끼는 것은 모든 직장인의 마음이겠지.?
P.267 구직에 성공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직장생활을 지속하기에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남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에도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남과 엇비슷한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고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기에 고도에 대해 쉽게 떠들어댔던 것처럼, 스물한살의 나는 세상을 잘 몰랐기에 인생에 대한 기대를 쉽게 부풀리곤 했다.
P.352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그 순간이 지나가면 기억 속에만 남겨둬야 한다는 것, 연극과 인생은 닮은 구석이 아주 많다. 나를 매료시켰던 연극의 속성이 실제 삶의 무대에서는 잔인한 가르침으로 돌아와 짓눌렀다.
P.353 ‘꿈을 이루지 못한 나’보다 ‘꿈꾸던 시간조차 지워버린 나’가 더 싫었다.

#창비 #커튼콜은사양할게요 #김유담 #창비사전서평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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