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 그리움을 담은 이북 음식 50가지
위영금 지음 / 들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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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으면서 관계에 대한 내용인가 싶었다. 부제로 달린 그리움을 담은 이북음식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기 전까지..인사치례로 하는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해진다는 글에 동감한다. 울컥까지는 않지만 인사말에 담겨 있는 관계의 깊이 때문에라도 허해진다. 그 감정을 알게 되고는 나는 밥 먹자는 말을 쉽사리 하지 않는다. 이제는 농담으로 달력을 펼치며 진지하게 언제 보자는 것이냐고 되물어보기도 한다. 저자의 험난한 삶의 여정이 도서 제목에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감정의 깊이에 대해 알수 있는 문장이다. 눈물과 그리움으로 '별처럼 빛나는 밥'으로 표현되는 고향과 가족처럼, 내게도 어떤 음식이 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을까 싶다.

내게 이북음식은 식해가 떠오른다. 부친의 고향은 함경도로 저자의 고향과 동일하다. 부친은 삶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피난 이후 70년대까지 아니 당신의 모친(내게는 친조모)이 돌아 가시기 전까지 이북 음식을 드셨다. 생존해 계신 고모들이 겨울이 되면 가자미 식해를 해 보내신다. 김치라고 하는데 생선을 담아내는게 이상했다. 부친을 위해 한번 담가볼까 했지만 고모와 경쟁을 하고 시지 않다. 도저히 못견딜 정도로 그립다고 하실 때 도전해봐야겠다.

식해는 별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아, 생존의 문제였겠구나. 지리적으로 가진 문제구나 싶다. 바닷가를 옆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생선으로 만드는 김치는 아주 당연한 삶의 생존 방식이었겠구나 싶다. 한반도 중부지방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다른 지역의 음식은 새롭다 못해 어쩔때는 경외의 부분까지 가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게 몇 해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가게 되면 향토음식을 맛보는게 당연하게 되었다. 당장은 입에 맞지 않더라도 그 지역을 알려면 사람과 생활방식 그리고 풍습 등 의식주를 관통하는 모든 것을 찾아보고 경험해야 만 한다.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울컥할 때가 있다. 누군가는 지나가는 말로 인사치레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밥을 먹겠다고 고향을 떠났고, 밥을 먹겠다고 얼마나 비굴했는지 모른다. 밥을 먹지 못해 가족을 잃었고, 밥을 얻으려 별일을 다 한다. 밥은 곧 생명이고, 하늘이고 신이다.

밥솥을 열면 반짝 반짝 별처럼 빛나는 쌀밥이 있다. 지금의 삶에서 이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모습니다. 나는 쌀밥을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 이것을 먹으려 얼마나 험한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가. 밥 한술이 없어 먼저 간 사람들에 비하면 성공한 삶이다. 반찬이 없어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흰밥이 있으면 간장만 넣고 비벼 먹어도 좋다. 뜨거운 밥을 그냥 삼켜도 좋다.

-솥에서 별처럼 빛나는 쌀밥 p.101

솥에서 별처럼 빛나는 쌀밥 p.101



중년에게 읽히기 쉬운 책이라 생각한다. 고향의 맛을 기억하는 세대이지만 전승하기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 한 사실은, 음식을 통해 내가 살아왔던 고향, 사람, 생활에 대해 더듬어갈 수 있다는 점이 새롭다. 내게도 그런 음식이 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기 전에 꼭 만들게 되는 알타리김치는 그리움이 사무칠 때 만들게 되는 음식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무기력증으로 힘들어 하는데 알타리김치가 너무 땡기는 것이다. 엄마가 해주던, 뜨거워지는 한여름의 공기속에서 시원한 보리차에 밥 말아 먹던 알타리무가...나는 아이에게 어떤 칼자국으로 남겨질 것인가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책을 읽는 중이다.

_이북음식 레시피가 있지만 너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 아쉽긴... 뭐, 요리를 하려면 요리책을 찾아야 했지만서도.

_음식맛을 표현하는 내용에서 익숙치 않아서 인지 머리를 갸웃거리게 했다. '쩡한 맛, 가슴을 관통하는 맛'(p.23.)은 무엇일까?

#밥한번먹자는말에울컥할때가있다 #이북음식 #고향의맛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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