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언어 -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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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나비는 어린시절 역사책에서 배운 선덕여왕의 모란과 나비에 대한 지식이 전부입니다. 꽃은 아름다우나 나비와 벌이 없으니 향기가 없다는 말로 중국의 당나라 사신을 눌러버렸다는 이야기가 다 였던 것 같습니다. 아, 꽃과 나비는 같이 있어야 하는 존재구나 라는 일종의 각인이 되었습니다. 나비를 자세히 들여다 볼 기회와 경험이 없던지라, 제게 나비는 곤충 그 자체였습니다. 나방과 헷갈려 하기도 하지만 배추흰나비를 보면서 아, 저게 나비라는 거지라고 무심히 지나치곤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민화를 그리게 되었는데...아, 꽃 옆에는 나비가 필수적으로 그려져야 합니다. 이제서야 나비의 존재가 제게도 의미가 생겼습니다. 그림을 제대로 그리려면 대상에 대한 관찰이 필수적입니다. 

그렇게 나비가 제게 날라왔습니다. 

우리 그림에서 부귀와 장수의 상징으로 대표적인 화제(畵題)가 나비입니다. 나비는 서양에서 ‘영혼’이나 ‘불멸’을 상징하며,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권에서는 ‘부귀’와 ‘장수’를 상징합니다. 특히나 민화에서는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과 장수를 상징하는 나비를 함께 그려서 부귀와 장수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림을 잘그리려면 모사를 잘해야 창조의 단계로 넘어가는 법입니다. 

그러다가 모친이 돌아가시고 화장하는 데 흰나비가 날아 왔습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떠나가는 나비를 보며 더 서럽게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 도깨비에서 신이 나비로 바뀌는 장면도 나오는데.. 나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와 나비와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화접도, 남계우 작, 조선 중기, 지본 채색, 28.2X121.2cm 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그림부분확대)



'나비의 언어'는 표지 가득 나비가 날라다니는 그림입니다. 사실, 나비에 대한 백과사전처럼 사진으로 담아놓지 않을까 싶어 기대했습니다. 책을 휙 넘겨보니 줄글만 가득입니다. 짧은 한숨을 쉬고 들어가는 말을 읽어봅니다.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완벽한 압도감. 

바다에 떠 있는 칙칙한 군함들을 둘러싸고 소용돌이치는 노란색, 주황색, 붉은 색이 비명을 지르듯 아른거렸다. 

그 눈부신 그림은 나를 휘어 잡았다. 

...(중략)...

첫 키스 같았다.

그처럼 감미롭고 황홀한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적은 없었다. 

뭐야, 글에 대한 호기심이 확 올라오잖아. 이러면서 책장을 넘겨봅니다. 살아있는 곤충에 대한 책은 처음인지라 두근거립니다. 

저자는 과어와 현재, 미래라는 파트별로 대중에게 알려진 인물부터 나비 연구에 있어 공헌을 한 과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비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자처럼 나비에 대한 관심이 생기니 이런 책도 읽게 되구나 싶어 웃습니다. 나비백과라는 작은 칼라도판의 사진첩이 있는데 우선 사진첩부터 보고 애정과 관심을 더 키우고 정독하겠습니다. 식물에 대한 관심으로 내년에 정원에 대한 공부를 해볼까 하는데 덕분에 벌과 나비에 대한 공부도 같이 할 것같습니다. 틈틈히 자연에 대한 경외와 함께 감탄을 하겠습니다. 

#나비의언어 #그러나 #웬디윌리엄스 #자연과학

#나비덕후 #나비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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