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아빠 - 울고 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
오채원 지음 / 학고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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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딸이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이 두 가지가 이 책을 잡게 된 정확한 이유였다.

부제로 적힌 '울고싶어도 울 틈이 없는 맏딸의 애도 일기'라는 부분에 눈길이 갔다. 나도 경험자이어서 그런가. 3일 간의 장례 기간, 그 전·후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내용들이 펼쳐져있다.


저자처럼 에세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의 장례를 먼저 치뤄본 경험자로서 장례 관련 정보를 사람들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기록을 통해 나부터 정리를 했어여 했다. 하지만 감정의 변화와 일상의 순환으로 시간이 점점 지나갔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그렇게 묵혀두었던, 감정이 슬금 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또 한 분의 부모가 삶을 정리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현재진형형으로 흐르는 지금, 우리 집은 아직 시끄럽다. 경제적 문제도 그렇지만 형제간의 감정을 많이 다쳤다.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도 좋으려만 어쩔 때는 너무 또렷하게 기억되는 장면들이 있다. 슬펐다가 화가 나고, 애잔하다가 화가 나고. 감정 정리를 하지 않아 이 상태가 지속되는게 아닌가 싶어 다른 자녀들의 부모 이별에 관련된 글을 읽어 보고 싶었다. 최현숙 작가의 <작별 일기_삶의 끝에 선 엄마를 기록하다>를 명절에 읽어보려고 했는데 적당한 책을 찾았다. 오채원 작가의 <안녕 아빠>. 지금에서라도 다행스럽게도 만났다.


​맏딸의 애도일기라는 문장을 접하고는, 지금까지 여러가지 감정으로 속 시끄러웠지만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시간의 흐름대로 서술되는 내용들을 보면서, 상황은 다르지만 고인의 부재라는 동일한 결론으로 경험과 상충되는 지점이 많아서인지 눈물이 쏟아졌다. 특히나 나는 관계의 친밀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엄마의 부재가 아닌가. (그래서 감정의 실타래가 더 복잡한 셈인 것인지도)


고인이 돌아가시기 전,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장례와 그 이후가 달라질 수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책을 읽으면서 자녀가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슬픔과 미숙함의 중간에서 상황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고인의 자녀, 상주, 맏딸, 책임자 등등. 장례 3일을 치르면서 준비해야 할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장례 관련 계약을 하고, 그 내용에 대한 부분 선택을 하고, 사회적 위치에 지워지는 역할을 소화해야 하고. 한번 경험했다지만 두번 할 때 능숙하게 잘 치뤄낼 자신은 없다. 부모를 잃은 슬픔을 가장한 상주의 냉정함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요양원..이 부분에서는 막힌다. 해결책을 바란 건 아니지만.


우리도 그랬다. 당장, 묘지부터 찾아야 할 상황이었다. 전혀 준비하지 못한 엄마의 장례를 어떻게든 치뤘다. 그리고 형식적 장례의 아쉬움에 나를 괴롭히면서 살았다. 나는 아직 떠나보내지 않았다. 책을 덮으니 이제 용기가 생긴다. 나도 글쓰기를 해야 겠다. 어느 순간부터 뒤죽박죽된 이 상황을 정리할수 있는 건 나 밖에 없다.


일러두기_저자를 제외한 가족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 이 방법이 있었구나 싶다.

참, 부모와의 이별을 경험하기 전에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


​#맏딸의애도일기 #안녕아빠 #학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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