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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묻다 - 특별한 정원에서 가꾸는 삶의 색채
크리스틴 라메르팅 지음, 이수영 옮김, 페르디난트 그라프 폰 루크너 사진 / 돌배나무 / 2020년 7월
평점 :
잡지 같다고 느껴지는 책을 만났습니다. 시원스럽게 펼쳐진 초록색의 자연과 큰 활자를 배치해 놓으니 잡지로 여겨집니다. 책을 한장씩 넘겨 보니 예상이 틀리지가 않습니다. 정원의 화려한 사진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으며 그 정원을 가꾼 10인의 인터뷰와 지은이에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서 시큰둥하게 느껴지던 원예가 책을 덮고서는 마음이 동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역시,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들의 글과 말은 그 마음이 어느정도 전달됩니다.
아주 오래 전, 제 기억속의 원예는 나팔꽃을 키우던 시기부터입니다. 당시 국민학생이었던 저는 빈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햇빛을 쐬어주면서 꽃을 활짝 피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욕심을 내서 그 나팔꽃을 작은 곳으로 움직이는 실험까지 하다 죽이기까지 했으니... 정원사의 기초 과정이었을까요. 그렇게 몇년을 키우다가 바쁘다는 이유로 식물은 기억 저편으로 넘어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늘어지니 화분을 바라보게 됩니다. 땅만 있으면 무조건 텃밭을 마련해야 하는 이 작은 국토에 정원의 개념이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반려 식물, 원예, 정원, 도시농업 등 정원산업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순청국가정원을 방문하였는데 정원에 대해 느꼈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정리되었습니다. 국가정원 1호는 2014년 전남 순천만이고, 2호는 2019년 울산 태화강이 지정되었습니다. 국가정원의 규모를 보며 놀랐는데, 국가 정책상 펼쳐지는 다양한 내용을 보면서 더 놀라긴 했습니다. 아, 우리나라가 정원산업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지금 상승중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원예, 정원 등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식물이 우리네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글을 쓴 크리스틴 라메르팅 작가는 독일 퀼른에 영국식 정원을 조성했으며, 누질랜드에서 야자수 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영국식 정원이 무엇인가 싶어 검색하니 "18세기에 시작된 것으로, 영국에서 독자적으로 집 안의 뜰이나 꽃밭을 만든 양식으로 프랑스풍의 바로크 정원에 비하여 자연이나 전원의 풍경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아,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그 자연스러움을 위해 계속 손길과 마음씀씀이를 보태야 한다는 말인가 싶습니다. 인터뷰로 선정된 10명의 정원을 봤는데, 각각의 확고한 신념과 행동으로 본인들의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습니다. 정원의 포인트가 자연스러움인지 연속적인 개화인지에 다르지만 다들 즐거워하면서 정원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인터뷰의 마지막은 정원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는 것으로 끝 맺습니다.
하나의 정원은 놀라운 스승이다. 정원은 참을성과 기다림을 가르친다.
부지런함과 절약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무한한 신뢰를 가르친다.
며칠 전, 원예 강의를 들었는데 유럽의 정원 사진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수강하시는 분들이 연세 드신 분들이 많은지라 강의 평가에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원 교육을 해주었으면 한다고 하셨습니다. 한 해살이 혹은 다년살이 식물을 심고 기르는 방법에 대해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다고. 저도 그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유럽의 정원이 아무리 멋지 듯 그 곳에 맞는 환경에 맞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현실에 맞는 원예를 해야 하지 않는냐고. 이 책을 접하면서 그 생각이 아주 약간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멋지다고 하는 정원을 통해 우리네 현실에 맞는 정원을 우리가 발굴하고 우리가 심어서 가꿔야 한다는 결론으로 바뀌었습니다. 텃밭도 단순하게 먹고 자라는 식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의 식재로 정원의 개념으로 발전시켜보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을 기반으로 나만의 정원을 꿈꾸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