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번드 7
타마키 노조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문화 컨텐츠에서 가장 많이 나오고, 가장 즐겨 쓰는 몬스터는 아마도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일 겁니다.

굳이 심도있게 오컬트계를 따질 것도 없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물 페어가 아닐까 하네요.

(사실 늑대인간의 개념은 굳이 늑대에 한정되지 않고 '라이칸슬롭'이라고 하여 멧돼지를 비롯하여 호랑이,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요력을 가진 여우인 구미호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하죠.)

여튼 이 둘은 설정상 나오면 '이성'과 '야성'을 대표하며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인 앙숙으로 등장하죠.

(영화 '헬싱'이나 '언더월드'를 보더라도 제대로 앙숙 구도)

그건 만화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뱀파이어라는 중심 소재에 한정된 이야기는 대부분 '뱀파이어 vs 인간' '뱀파이어 vs 뱀파이어'가 아니라면 무조건 '뱀파이어 vs 늑대인간'이 되는 구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 보면 사실 일본 쪽의 만화에선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구도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불명의 존재인 뱀파이어와 인간의 금단적인 사랑이나 관계 등을 이야기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 '뱀파이어 번드'는 참으로 범세계적인 고전적 클리셰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지요.

다만 소년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구도(물론 굳이 나누자면 이것도 소년 만화 쪽이겠습니다만),

단순히 서로 앙숙이라거나 주종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뱀파이어의 자치구라는 중심 소재를 따와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것에서 단순하게 '참 단순한 클리셰를 소재로 따온 그저 그런 만화'라고 논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지론은 어떤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명작도 될 수 있고 졸작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런 기본적인 역량 외에도 다른 시각으로 다른 소재를 끌어와 그것을 중심에 놓고 고전적인 이야기를 펼친다는 것이 참으로 현명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실 이 타마키 노조무 작가님 역시 앞서 소개한 케이토 코우메 작가님처럼 음지에서 활동하시는 분인데 솔까말 그리 튀는 면이 없어서(라고 추측) 이 부분을 아는 사람(물론 성인향 상업지 쪽에 적을 두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깊이가 얕은 분들을 기준으로 하여)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 작가님의 경력 때문인지 이 작품에선 '블러드 얼론'의 분위기가 얼핏 풍깁니다만, 또 그런 동인 쪽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이질적인 어떤 분위기가 느껴지지요.

단순히 b급의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튼 절대로 메이저엔 오르지 않겠다는 각오랄까, 마이너의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바케모노가타리> 이후 주가가 대폭 상승한 샤프트에서 차기작으로 손을 댔을 정도로 메이저로써 혹할 부분이 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는 바이고 저 역시 그 점이 좋아 계속 사서 보고 있긴 합니다만(혹시나 하고 말씀드리자면 애니메이션과 원작은 내용 전개가 다릅니다. 만화쪽이 훨씬 우월해요), 분명 여타의 메이저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분위기와 흐름이 있습니다.

특히 이번 7권은 지금 까지 작품 전체에 흐르던 도발적이기 까지 한 내용 전개(고등부 소녀와 초딩 꼬맹이의 사랑이나 3지족들의 도발) 외에도 이번 권의 신 캐릭터,

지금 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땅의 일족'의 파트너 설정을 이용하여 '여성이라 착각될 정도로 아름답고 체형이 미묘한 남성'을 등장시켜 계속 미묘한 분위기와 연출을 전개해 나가며 그런 감성에 쐐기를 박아넣죠.

(이 부분은 매 권말에 수록되는 보너스 만화에서도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죠. 이건 아무리 봐도 작가님이 노렸다고 밖에 할 수 없을 듯합니다.)     

중심 소재, '뱀파이어들의 자치구'라는 소재 역시 메이져의 이야기와는 궤도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지만 외려 그 외의 요소들이 더욱 이 작품을 충실한 마이너작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제가 보기에 이 부분은 작가님 스스로 자신의 한계와 장점을 인식하고 거기에 올인한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전 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문화 컨텐츠를 소비하는 분위기엔 이른바 'B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 자체의 질이 떨어진다기 보다 그런 늬앙스(쌈마이)를 즐기며 환호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보는데, 이 작품 역시 그런 B급 늬앙스의 모범 답안이 아닐까 하네요.

그런 쪽으로 파괴나 고어, 광기 등의 극단(極端, extreme)을 좋아한다면 히라노 코우타 작가님의 '헬싱'을, 좀 점잖고 상투적이면서도 섹슈얼한 마이너 작품을 원하신다면 '뱀파이어 번드'를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죠.

거기에 더해 제목이 갖는 무게에도 소홀히 하지 않고 '뱀파이어와 인간 사회의 관계' 내지는 '인간이었다가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어 피를 빨기를 거부하는 자(스스로 송곳니를 뽑아 무엄니가 된 자들)' '캐릭터 각자의 고민과 과거' 등의 다소 무거운 이야기 등을 전개하며 작품 자체로의 무게도 균형있게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부분도 눈여겨 볼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론 7권 까지 이어오며 아직 까지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런 이유로 앞으로 얼마나 이야기가 더 전개될지, 몇 권이나 더 나올지 앞날을 알 수 없는 작품입니다만 이런 현재의 만족도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계속 사서 모을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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