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 우리 안의 트라우마 마주하기, 치유하기
김선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는 어릴 때부터 폭력과 학대를 경험하였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 그런 환경에서 자라 온 스스로를 보듬고 위로하는 일을 못 합니다. 한때는 손목을 그었고, 정신과에서 처방받아온 약을 한꺼번에 복용한 적도 많습니다. 모두가 저를 미워했고, 저 또한 그런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 잊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너무들 쉽게 말합니다. 어떤 이는 여전히 제가 과거에 사로잡혀 평생 그렇게 살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 저의 글은 상처와 분노로 얼룩져 읽는 이들을 불편하게 합니다. 실제로 제 글이 불편하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행복한 글, 밝은 글, 담백한 글로 다시 쓰라고 말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20여 년 간의 고통을 한순간에 잊어버리고 밝게 살라는 말은 강요요 폭력입니다. 저는 여전히 헤매고 있으며, 밝은 척 하다가도 어느 순간 과거가 떠오르면 죽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래서 제가 글을 써도 인정받지 못하나 봅니다. 이게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이유인가 봅니다. 싫어하더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늘 미움 받고 살았으니까요.

저처럼 늘 폭력에 시달려 온 삶을 살아온 이는 제 주변에 거의 없더라고요. 그러니 저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그저 어린애가 징징대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나마 정신과에 입원하였을 때 의사가 저의 얼어붙은 마음에 훅 들어온 이후에는 저도 조금씩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싹텄습니다.

제가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다독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책도 여러 권 읽고 가끔은 그림도 그리면서 차츰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이 저에게 사과를 하러 오든가 복수를 당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저도 제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요. 그림을 잘 못 그려서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겪기 일쑤입니다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책에서는 사회적 트라우마, 더 나아가 국제적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저의 상처가 너무 많다보니 개인적 상처에 국한하여 부족하게 서평을 썼습니다. 일제강점기, 6·25전쟁, 제주 4·3사건, 세월호 사건, 이태원 참사 등 여러 상처를 겪은 데 비해 관련 책이 전혀 없었던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트라우마 책이 나왔습니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역량을 키워나가기 위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기 위해,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이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한 번 겪은 고통은 트라우마가 되어 피해자를 평생 괴롭힌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상의 비오 신부
존 A. 슈그 엮음, 송열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에게는 몇 년 전부터 끊지 못하고 있는 습성이 하나 있습니다. 이 습성은 가톨릭 신자가 되기 전부터 견진까지 받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집니다. 몇 년째 같은 죄악으로 고해성사를 보고 많이 줄어들었지만 좀처럼 없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더럽고 한심한 존재라는 것을 늘 깨닫습니다. 그렇다고 이 문제로 고해실에서 혼나거나 호통을 들은 적은 없습니다. 만일 호통을 들었다고 해서 나아질 것 같으면 진작 나았을 것입니다.

제가 알고 들어 온 이야기에 따르면, 오상의 비오 신부님께서는 같은 죄를 반복할 시 사죄경을 주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죄에 물든 사람들에게 호통과 질책을 아끼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하느님께로 되돌아오게 만들려는 의도였습니다. 평소에는 온화하고 신비로운 분이셨지만 고해성사 때는 그 누구보다 엄격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신부님께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신부님의 몸에 난 오상(五傷)이라는 기적이었습니다.

신부님의 오상에서 흘러나온 피는 사람들을 치유하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저주가 되기도 했습니다. 죽거나 사고가 난다거나 하는 경우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신부님의 상처를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신부님은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이 곤두섰지만 밖으로 표현할 수도 없었습니다. , 신부님은 오상과 더불어 사람들의 미래까지 알 수 있는 지혜도 가지고 계셨습니다.

신부님과 관련된 기적은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의 증언에서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성직자, 수도자, 의료인, 또는 일반적인 평민들에게도 비오 신부님의 기적이 전해졌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신분 고하에 따른 차별이 없이 모든 이들에게 평등하고 따뜻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죄악에 물들어 신부님의 호통을 들었던 이들도 저마다의 속죄를 하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그런 이들에게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했답니다.

저는 요즘 두렵고 괴로운 마음 때문에 성당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니트청년이라 돈도 없고 친구도 없고 오롯이 혼자입니다. 18년 동안 따돌림을 당해 우울과 불안지수가 높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을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같은 죄를 반복하곤 합니다. 신앙생활하면서 고립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하지만 저는 어쩌다 보니 고립되어버렸습니다. 비오 신부님이 저 같은 사람을 보셨다면 가감 없이 호통을 치셨겠지요. 부끄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받은 시점은 내가 정신과 외래진료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였다. 나는 교수님에게 뜬구름 잡는 것 같은, 혹은 매우 불편한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나의 감정은 분노와 증오가 들끓었지만 차마 입장이 난처해지는 게 두려워 속으로 삭이고 있었다. 다음 외래가 4월인데 그 날을 마지막으로 종결하겠다고, 더 이상 교수님에게 귀찮게 굴기 싫다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틀째 약을 거르고 있는데, 감정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는다.

나의 다짐은 우발적이지 않다. 교수님도 내 주변인들처럼 나를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하고 무조건적인 용서와 이해를 강요하는 분이었다. 특히 동생 때문에 괴로워할 때 내게도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내 말만 듣고는 이해가 안 된다는 그런 맥락이었다. 나는 사람들 말이나 행동의 의중을 예민하게 캐치하는 능력이 있다. 일례로, 어릴 때부터 친구가 날 대하는 게 친한 친구가 아닌 모자란 애 대하듯 하는 걸 이미 알았다.

그냥 이야기 형식의 소설이 아닌 일곱 편의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을 보는 것 같았다. 모든 편이 이해하기 어려운 듯 아닌 듯 우울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뭔지 모르게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조금만 툭 건드리면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끝까지 다 읽었다. 이별은 대체로 우울한 감정을 유발한다. 한 방울의 눈물이 모험을 거쳐 목을 매려는 눈물의 주인을 찾아낼 때, 마을에서 추방당했던 과거를 지닌 샤먼이 사라진 민나를 그리워하다 눈감을 때.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꾹 참고 읽다보면 어느새 우울함에 젖어든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청룡이 나르샤가 그랬다. 이야기가 가로로 나뉘어 있어 번갈아가며 읽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쪽은 운행을 종료하는 열차 납작이의 시점이고 옆쪽은 가난한 연극인 K에 관한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물론 연필 샌드위치처럼 두 번 읽어도 도통 모르겠는 이야기도 있었다.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 왔지만 의지가 게으른 건지 실패가 두려운 건지 좀처럼 글로 옮기지 못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우울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번 소설집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나의 소설은 어떤 내용으로 써야 하고 어떤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봤다. 여기에는 다른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틀을 벗어난 이야기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 소설집을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녀의 작은 길 - 소화 데레사 성녀와 걷는 신앙 여정
성녀 소화 데레사 지음, 이인섭 옮김 / 가톨릭출판사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화 데레사 성녀는 작은 길의 영성으로 유명합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는 큰 꿈, 야망, 위대한 업적 같은 개념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보통 우리는 큰 목표를 정해두고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40을 바라봐야 하는 나이인데도 남들처럼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합니다. 우울증/조울증이 심해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게 마치 큰 죄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위대한 업적은 우리가 세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과의 따뜻한 포옹, 그분과의 진심 어린 대화가 우리에게 필요할 따름입니다. 예수님은 스펙의 유무, 신분의 고하 같은 것들을 일절 고려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이들과 함께하시고 끝자리를 선택하시는 분입니다. 성녀는 그런 예수님을 너무나도 사랑했습니다. 성녀에게 삶은 기쁨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은 길은 가장 쉽지만 결코 우습거나 만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넓고 큰 길, 높은 자리를 선택하려 하지 좁은 오솔길, 낮은 자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저는 왠지 모르게 넓은 문과 좁은 문의 비유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면 많은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실력과 강한 리더십을 포함해 처세술과 인성 같은 것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노력만으로 모두 가질 수 없습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위대한 업적이나 고귀한 신분으로 성인품이나 교회 학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닙니다. 성녀의 작은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남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저는 저만의 좁은 길을 걷고자 합니다. 제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높은 자리가 아닌 하느님께서 주신 끝자리를 선택할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기존의 수상작들은 모두 외국인(특히 유럽인)이어서 번역서로만 읽을 수 있었는데 드디어 원서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나는 꽤 오래전에 어느 잡지에서 한강 작가님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이 너무 좋아서 책도 읽어보고자 했는데 그 글이 실린 책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었다. 대신 맨부커상을 받은 채식주의자소년이 온다부터 읽기 시작했다.

한강 작가님의 작품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해서 한강 열풍이 불었다고 하나 독자들로 하여금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사실 나만 그런 줄 알았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큰 작품을 이해 못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마침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을 만났다. 책은 심히 두껍거나 어렵지 않아서 한강 작가님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 책에는 한강 작가님의 전체 작품에 대한 해설이 들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지 못하더라도 집어 들면 안 될 이유는 없다. 나는 여기에 나온 작품을 거의 다 읽어봐서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어 나갔지만 만일 읽어보지 않았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골라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나둘씩 읽다보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