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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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국가와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우리 역사의 목소리. 누구보다 간절하게 살아낸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

✔️#사할린 은 원래 러시아 땅이었다. 1905년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 남쪽을 넘겨받아 통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선주민인 아이누족이 부르던 이름에서 따와 남사할린을 가라후토라고 명명했고, 조선 사람들은 한자의 음대로 #화태 라고 불렀다. 자작나무가 많은 섬이라는 뜻이었다. (20쪽)

📚다래울에 사는 만석은 일본에서 온 면서기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화태로 출발한다. 2년만 고생하기로, 월급 200엔이면 쌀 9가마 값인데, 다달이 받는다고 생각하니 떠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남의 땅에 농사지어서는 평생 만져볼 수 없는 액수였다.
그러나 그들이 한 말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화태에 도착할 때까지의 모든 비용과 작업복, 여관비, 허술한 음식까지 전부 빚이 됐다. 심지어 일할 때 사용하는 장비 값도 월급에서 뗐고, 남은 돈의 대부분은 강제로 저금을 해야 했다.
합숙소에서 지내던 노무자들은 술과 담배 노름을 하기도 했지만 만석은 돈을 받는 대로 모두 고향에 보냈고 그 덕에 딸들까지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동료인 정만이 일본 여인과 살림을 합쳐 나가자 외로움에 사무친 만석은 가족을 초청하기로 하고, 마침내 만석의 아내와 자녀들이 화태로 출발한다.

아내(덕춘), 성복, 단옥, 영복은 먼저 출발해서 자리 잡기로 하고, 부모님과 영옥은 가을에 추수를 마치고 합류하기로 했다. 그러나, 성복은 더 큰돈을 벌고 싶어 하며 큰 도시에 가겠다고 사라진다.

만석과 가족들의 꿈같은 시간은 2년이 채 안 돼서 끝난다. 일본이 전쟁에서 열세를 거듭하자 탄광의 노무자들을 본토로 옮기고 만석도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는데.. 만석을 배웅하는 가족들은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임을 알지 못했다.

📚그때부터 덕춘과 단옥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이 시작된다. 소설 속 단옥네의 이야기는 사할린의 한인 1세대가 겪은 일이다. 전쟁과 생이별, 격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수없이 조국으로부터의 배신을 당하면서도 조국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던 동포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 그 어려운 시간을 버티고 가르치고 결국은 이겨내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써주신 이금이 작가에게 무한 감사드린다.
#알로하나의엄마들 의 감동이 #슬픔의틈새 에서도 이어지며 우리나라 여성들의 강인함과 지혜로움에 또 한 번 감탄하고 감동했다.
<주단옥, 타마코, 올가 송>....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바꿔야만 했던 그녀는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살아내고자,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자 온몸으로 버티고 이겨냈다. 이 책은 사할린 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국가가 국민들에게 의미하는 바와 존재의 이유를 강조 또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역사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포함한 디아스포라 3부작을 청소년들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1949년 10월 27일 사할린 당국은 한인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금했다. 공산당 간부들은 한인을 대상으로 정치나 교양에 관한 선전 사업을 벌였으며 혹시라도 한인들이 귀환선을 타지는 않는지 철저히 감시했다. 12월 20일 한국 정부는 사할린 한인들을 사실상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국적법을 제정했다.(166쪽)

🔖한국전쟁은 3년만에 끝이 났다. 대부분 남쪽에서 온 사할린 한인들은 북한과 동맹 관계인 소련의 국적을 취득하면 조국으로 돌아갈 길이 영 막힐까 봐 무국적 상태로 지냈다. 소련 정부는 인종 차별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자기네 국적을 가진 사람과 다른 나라 국적자들은 엄격하게 구분해서 대했다. 무국적자에 대한 제재는 훨씬 심했다. (224쪽)

🔖1945년 8월 15일은 조국이 해방을 맞은 날이지만, 사할린 한인들에겐 그로 인해 다시 한번 고향과 가족을 일게 된 날이었다. 일본의 패전 선언으로 이산의 고통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50여 년 뒤 또다시 그 날짜 때문에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그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해방절을 챙기며 조국의 광복을 기념해왔던 한인들에게 그보다 더 큰 배신이 없었다.(4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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