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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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_가디언


이 얇은 책에 단편 3개가 실려있다.
세 단편의 특징은 모두 남녀 관계를 다루었다는 점과 여성혐오를 기저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부제를 여자들과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달긴 했지만 여자를 하찮게 보는 남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비난하고 심지어 그런 의식을 갖고 있는 남자들의 세계를 ( 서두에 시구를 이용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짧은 소설이지만 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__필립 라킨.

표제작인 너무늦은시간은 우연한 만남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의 이야기다.
남자의 직업을 공무원으로 설정한 것이 탁월한 선택인 듯. 연인이 될 무렵부터 주말마다 여자가 남자의 집으로 와서 음식을 해주는데 맛있다는 칭찬은커녕 오히려 설거지가 많이 나온다는 투정을 하고 장을 보러 가서도 여자가 비용을 지불할 때는 가만히 있다가 체리를 사려던 여자가 지갑을 두고 왔다고 하니 딱 한 번 지불하고선 6유로가 넘더라 생색을 낸다.
그리고 결혼반지 크기를 줄이는 추가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내가 돈을 찍어내는 줄 아냐는 말을 한다. 이쯤에서 내가 여자라면 박차고 나가버렸을 거 같은데 남자의 사과를 받아들이다니. 결국 남자는 또 한 번 헛소리를 한다. 아무리 그래도 결혼할 연인한테 할 말은 아니었지 않니?
혼자가 된 남자는 어린 시절을 한 장면을 회상하며 아버지가 다른 남자였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소설인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또한 이상한 남자가 등장한다. 작가인 여주인공은 뵐 하우스라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애킬섬에 왔다. 한적한 곳에서 작업할 생각에 설레던 와중 독일 남자한테서 걸려온 전화가 그녀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굳이 집을 보러 오겠다 하고, 여자는 그와의 약속 시간을 정한 뒤 바닷가에 산책 갔다가 수영도 하고 장을 봐와서 케익을 만든다.
시간 맞춰 와인까지 사들고 온 남자는 허겁지겁 케익을 먹고 고마워하기는커녕 다른 지원자들 다 제치고 선정되었으면서 글은 안 쓰고 수영이나 하고 케익이나 만드냐며 비난한다.(하루종일 미행한 거?) 결국 여자한테 쫓겨나는 남자. 여자는 남자가 간 이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녀가 쓰는 글에서 주인공 남자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세 번째 소설인 남극.. 개인적으로 이 소설이 제일 맘에 들면서도 제일 자극적이었다.
첫 문장이 압권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여자는 이 말을 실행에 옮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간다는 구실을 대고 도시로 떠난 여자. 호텔을 잡고 인근에 있는 술집에 가자마자 접근해온 남자와 그의 집에 간다. 그가 해준 요리를 먹고 뜨거운 시간을 보낸 뒤 집으로 가려고 호텔로 돌아간 그녀를 남자가 따라온다. 그녀는 또다시 남자의 집으로 가는데..
아이고, 기차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왜 거길 또 가나. 이때부터, 아니 사실 처음부터 못마땅했다. 어떻게 전혀 모르는 남자를 그렇게 쉽게 따라가지?
그녀가 처음 남자의 집에 갔을 때 둘은 지옥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여자는 지옥이 견딜 수 없이 추운 곳이라고, 반쯤 얼어 있지만 절대 의식을 잃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라고 말했다. 또다시 그의 집에 따라갔던 그녀는 어떻게 됐을까. 독자들이여 제목이 남극인 이유를 생각해 보라. 상상에 맡기겠다.

세 소설 모두 저자의 책 중 유일하게 읽어본 맡겨진소녀 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의 글들이라 무척 신선했다. 직선적이며 적나라한 표현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첫 번째 소설의 주인공인 카헐의 동생이 보내온 문자를 예시로 들어보면 "프랑스 창녀랑 헤어져서 오히려 잘 됐어" (여자가 실제 창녀가 아니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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