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이 요즘 말로 어그로 끄는? 약간은 유투브 갬성의 제목이라 어떤 내용일지 무척 궁금해하던 책이다. 도서관에 갈 때마다 대여 중이거나 이젠 내 차롄가 싶었을 때는 너무나 낡아 있어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사실.. 책은 아주 대단한 것을 알려주지 않는다. 총 3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비독서의 방식들2부는 담론의 상황들 3부는 대처 요령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3부가 핵심이다.1부에서 말하는 비독서의 경우는 책을 전혀 읽지 않은 경우, 책을 대충 훑어보는 경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책 얘기를 귀동냥한 경우, 책 내용을 잊어버린 경우를 말한다. 이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내가 인스타(북스타그램)를 하는 이유가 읽은 책을 잊지 않기 위해서, 읽은 책을 (의도한 경우를 제외하고) 또 읽거나 사지 않기 위해서 인데.. 그간 적지 않은 책을 읽었음에도 나는 비독서인데 가까웠던 것이다.그런데 작가는 책을 꼭 정독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구상의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도 없고 읽었어도 시간이 지나면 잊기 마련이니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 대해 너무 경직되어 있지 말라고, 가볍게 읽는 것 (예를 들면 발췌독?)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오히려 책 내용에 내 이야기를 섞어 창작하기를 부축인다. 특히나 3부가 핵심이라고 했던 이유가 소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제1장. (책을 안 읽었다고 ) 부끄러워하지 말 것. 제 2장. 자신의 생각을 말할 것(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제3장 책을 꾸며낼 것. 제 4장. 자기 이야기를 할 것. 특히 책 자체보다는 책에 얽힌 담론을 소재로 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끌고 들어오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 딸들을 생각해 봐도 겨우 둘인데도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큰딸은 어려워도 어떻게든 읽으려고 하고 기본적으로 책 읽기를 즐겨 한다. 가끔은 나와 같은 책을 읽고 대화도 한다. 둘째 딸은 그런 대화를 주워듣고 나가서 아는척 한다. 아마도 둘째 딸이 작가가 말하는 읽지 않고도 말하는 법에 대해 이미 터득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얘는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싫어한다. 그런데 요즘 하도 책읽어라 잔소리를 했더니 유투브로 북튜버들이 요약해서 읽어주는 것을 듣거나 리뷰 영상을 본다. 그런데 작가의 의견에 따르면 둘째 딸의 방법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다. 주워듣고도 얼마든지 내 이야기로 만들어서 타인과 대화가 되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작가는 읽는 행위보다 말하는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춘 거 같다. 결국 이쯤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발췌독이 안 좋은가. 즐겁지 않은 책이라도 꼭 끝까지 읽어야 하는가. 베스트셀러는 꼭 읽어야 하나. 반대로 고전이라고 꼭 읽어야 하나. 다독이 좋은가. 아니.... 책을 꼭 읽어야 하나.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특기이자 취미인 사람으로서 너무나 국한된 분야의 책만 읽나 싶어 일부로라도 섞어 읽으려 하던 차에 읽기의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라 의미 있게 읽었다. 정말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면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글이나 북튜버들의 영상을 보거나 북스타그램의 후기를 읽는 것도 나름의 좋은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오디오북이 나와서 책을 꼭 '읽어야'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도 되니 어쩌면 책의 매력에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41쪽. 이 책에서 부단히 확인해나가게 될 한 가지 사실, 즉 어떤 책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꼭 그것을 잘 알아야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