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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넌 호랑이야 ㅣ 샘터어린이문고 39
날개달린연필 지음, 박정은 외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아이들이 사물을 알기 시작하면서 부모들이 가장 먼저 알려주고 보여주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동물이다. 그림 속에서 보거나 인형으로 만나는 다양한 동물들은 친구가 되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동물에 쏙 빠져든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자라면 그 동물들을 직접 보고싶어 한다.
부모들은 나들이 계획을 잡을 때 한두번쯤은 꼭 동물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책이나 티비에서만 봤던 동물들이 눈앞에 있으니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까! 나 또한 초등학교 수학여행때 동물원을 처음 가보고 호랑이나 사자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동물원은 우리에게 즐거운 곳이었다.
그런데 한 번, 두 번..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속에서 동물원을 몇차례 가다보니 처음과는 다른 것들이 눈에 보였다. 맹수를 좋아하는 아들녀석때문에 가장 먼저 가는 곳이 맹수들이 있는 우리인데, 모두들 용맹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축 늘어져 낮잠을 자고 있거나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는게 전부였다. 그나마 사파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은 조금 더 자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갇혀 지내는 것은 같을 수밖에 없으니 그들에게서 활기라는게 느껴지진 않았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동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이제는 동물들을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이 어떠할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며 동물원을 둘러보게 된다.
이 동물들은 원래 어디에서 살고 있었을까?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걸까? 이 안에서 답답하지 않을까? 동물들도 과연 우리처럼 행복할까?
어려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동물원'을 보면서 이러한 점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번에는 샘터사의 <잊지 마, 넌 호랑이야> 동화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동물원에 사는 호랑이 천둥과 두루미 갑순이와 갑돌이, 그리고 아프리카 코끼리 산이와 꽁이의 세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도 없이 혼자 외롭게 지내는 호랑이 천둥, 제대로 하는 것도 없다고 다른 동물원으로 쫓겨갔다가 다시 고향인 동물원으로 돌아온다. 천둥에게는 이 동물원이 고향이지만 시베리아 호랑이들은 항상 높고 험한 산이 끝도 없이 펼쳐진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희망을 품고 산다. 천둥도 그들처럼 그곳으로 가는 꿈을 품지만, 결국은 다시 동물원이다. 그렇게 의기양양하던 카카 역시 세월이 지나면서 꿈을 잃어간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천둥은 다시 꿈꿀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육장에서 지내는 갑돌이와 갑순이는 좁은 공간 안에서 맘껏 날 수 없다. 갑순이는 항상 사람들을 무서워하며 자신이 지내던 자룽 습지를 그리워한다. 갑돌이는 갑순이를 보호하며 언젠가는 같이 하늘을 날아 습지로 돌아갈 것을 꿈꾼다. 하지만 발에 난 물집으로 인해 결국 갑순이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고 만다. 갑돌이는 재운이의 도움을 받아 날기 연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꼭 습지로 돌아갈 것이라는 꿈을 품는다. 몇년전 동물원에 갔을때 좁은 우리 안에서도 날개를 활짝 펼쳐 날으는 두루미를 보며 저렇게 날개가 크고 나는 모습이 멋진 새는 처음이야 라고 외칠 정도로 경이로움을 느꼈었다. 갑돌이와 갑순이 이야기를 보니 그때 봤던 두루미가 자꾸 떠오른다.
세번째 이야기 동물원에 사는 산이와 꽁이, 산이는 서커스단에 있다가 동물원에 오니 자신의 장기도 자랑하고 싶고 아이들이 자신을 봐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꽁이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아프리카를 그리워한다. 꽁이의 아픔을 알게 된 산이도 꽁이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아프리카는 어떤 곳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드디어 산이와 꽁이는 아프리카는 아니지만 그들이 코끼리들 무리에 섞여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간다.
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에 갇혀 지내거나 사람과 함께 사는 동물들이 과연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동물원은 우리가 직접 가서 보지 못하는 동물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람만을 위해 설계한 동물원에서 동물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동물원도 동물들을 위한 환경으로 조금씩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꼭 함께 보려고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자연다큐멘터리들이다. 초원이나 밀림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욕심이 동물원에 동물들을 가두게 되었고, 불법 포획으로 죽어가는 동물들도 많다.
초원을 가르며 달리는 숫사자,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엄마표범, 늙은 어미곁을 떠나지 못하는 암사자, 먹이를 찾아 대이동하는 물소떼..모두 그들의 생활터전인 자연속에 있기에 더 멋져보이고 행복해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만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이들의 마음을 읽을줄 알고, 어떤 생명이라도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며 꿈을 품고 산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 책을 보며 마음과 생각이 한 뼘 자랐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