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자연과 함께 하는 동시 <갑자기 철든 날>

갑자기 철든 날 ㅣ 사계절 중학년문고 31
이수경 지음, 정가애 그림 / 사계절 / 2014년 6월

철든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철든다는게 무슨 말일까?' '엄마 말을 안들었는데 잘 듣게 되는 거요.' 아이 말이 맞는 것도같습니다.  이수경 작가는 첫째라서 철든 척(?) 했다고 하는데 나는 어릴적 막내이면서도 빠르게 철이 든 척(?) 했지요. 아무래도 주변의 환경이 그렇게 빨리 철들게 한 것이겠지요.

시골에서 자라며 그 환경이 너무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내게 주어졌던 환경이 나를 이만큼 키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시사철 다른 노래를 불러 주는 지리산을 그리워하며 우리에게 사계절의 노래를 들려준 이수경 작가 덕분에 나도 어린 시절의 추억속으로 빠져들어 봅니다.

철이 든 봄에는 봄볕과 함께 술래하고, 봄비와 친구가 되고, 우리 마을 사람들 봄일 하며서 봄날이 갑니다.

철든 여름에는 꽃향기와 함께 뛰어놀고, 장맛비 천둥 번개 소낙비와 친구가 되고, 여름밤과 축구도 하고, 동네 애들 모여 앉아 콩 까기를 합니다.

철든 가을에는 반딧불이와 숨바꼭질하고, 꽃잎 말려 넣은 한지 방문을 구경하고, 보름달에게 소원도 빌어 봅니다.

철든 겨울에는 눈 왔다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고,  응달에 앉은 새싹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사계절 내내 철든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또 철들어 갑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갑니다.

편안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풍경이 그리워지는 이야기들이 사계절 속에 자연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수경 동시는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우리 아이는 철든 가을의 '보름달의 실수'가 가장 재미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함께 이 동시를 외워보자 약속도 했습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여름지나 가을이 오기 시작하면 지금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 말린 쑥잎 넣어 문풍지를 바르던 기억이 떠올라 '새로 바른 한지 방문'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소리내어 함께 읽으며 하나하나의 풍경과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행복한 동시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