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태양
우메다 슌사쿠.우메다 요시코 글.그림, 이기웅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모르는 척>, <휠체어를 탄 사서>를 보면서 이 작가들 참으로 특이한 그림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구나 생각했다. 이전에는 사실적이고 회화적인 그림들을 좋아해서인지 그린듯만듯한 그림풍이 쉽게 와닿지 않았는데, 상징적인 그림들이 자꾸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는 태양> 역시 작가들이 담아낸 이야기와 그림이 딱 들어맞기도 하고, 이제는 등장인물의 행동과 자세, 표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왕따와 괴롭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나가야할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다루기 힘든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들도 처음 학교에 들어갈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친구들과 어울려 잘 지낼까 하는 것이었다.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많았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다이요는 일년 전부터 겪어온 왕따문제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누나의 추천으로 어촌유학 프로그램인 이사리비에 가게 된다. 민박집 오뚝이할머니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다이요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우리 마을에 온 아이라며 무엇이든 함께하게 하고 마음을 열때까지 기다려준다.

다이요가 이사리비에 와서 혼자 지내는 일은 없다. 톳작업도 함께 하고, 톳 찌는 일도 함께하고, 모래 고르는 일도 함께 한다. 모두 함께 공동작업을 한다. 다이요는 몸이 힘들게 일하면서 다른 생각에 빠져들 틈이 없었을 것이고 함께하는 작업을 통해 그곳에 자신도 소속되었다는 느낌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사리비 사람들은 '우리'라는 굵은 밧줄로 묶여 있다. 태풍이 불거나 날씨가 험할 때도 배가 바다에 휩쓸려 가지 않게 해 주는 밧줄, 그 밧줄의 힘이 다이요에게도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다이요는 조금씩 힘을 얻는다.

이사리비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고 가장 따르게 된 가야 형과 백 고갯길을 함께 뛴 아키토 형 역시 다이요에게 힘이 되어준 이들이다. 이들 역시 학교폭력의 가해자이고 피해자였지만 이사리비에서 그 힘겨운 순간들을 이겨내고 치유해나가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피해자 뿐만 아니라 가해자 또한 또다른 피해자가 아닐까 들여다보게 된다. 가야처럼 자신의 고통을 이겨낼 수 없는 마음이 다른 누군가에게 폭력이라는 행위로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갈수록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어지다보니 다이요와 같은 아이들이 생겨나는 마음아픈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라는 마음으로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며 서로 부대낄 수 있는 '이사리비'같은 곳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제는 옛날처럼 마을문화를 되살리기 힘들다고 느꼈는데 얼마전 방문했던 작은도서관에서 마을공동체 안에서 청소년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았다. 충분히 도심 안에서도 공동체 문화가 가능하구나 느꼈다.

반짝반짝 빛나는 태양이라는 뜻을 가진 다이요도, 가야와 아키토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상처받은 아이들이 "천공해---활" 마음껏 외치며 거침없이 살아가기를 응원한다. 다이요가 고래바위에서 뛰어내릴 때 가슴에 새긴 맹세처럼 넓고 파란 하늘과 바다를 보며 희망을 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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