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와 원숭이와 냠냠 시루떡 길벗어린이 옛이야기 11
박재철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가 좋아하는 책 중에 <이래서 그렇대요>라는 이야기책이 있습니다. 가자미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망둥이 눈이 툭툭 튀어나오고 꼴뚜기눈이 꽁무니에 붙게 된 사연이 있는 유래 이야기이지요. 원래 생긴 모습에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이렇게 생김새가 변화된 이야기는 전개되는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있어서 진짜로 이렇게 변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들기도 합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서도 유래 이야기는 왜 이것은 이렇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게와 원숭이와 냠냠 시루떡>은 제목을 보는 순간 토끼와 두꺼비가 시루떡을 굴려 누가 먼저 먹나 내기를 했던 이야기가 떠올라 비슷한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이지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게'와 '원숭이'가 등장해 이야기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입니다.

옛날 옛날 층층 돌 쌓기를 하며 놀던 게와 원숭이는 시루떡이 먹고 싶어졌어요. 그냥 시루떡이 아니라 냠냠 시루떡이에요. 돌과 나뭇잎, 도토리를 층층이 쌓아올린 모습을 보니 정말 시루떡 느낌이 납니다.

게와 원숭이는 고개 너머 떡집으로 달려 갑니다. 냠냠 시루떡을 먹을 생각에 아주 신이 난 표정이에요. 발걸음도 아주 경쾌합니다. 어떻게 시루떡을 구하려고 하나 궁금했는데 직접 만들어먹는 것이 아니라 떡집에 간 것이로군요.

맛있는 시루떡 냄새에 침을 질질 흘리는 게와 원숭이는 과연 냠냠 시루떡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 때 원숭이가 좋은 꾀를 냅니다. 게가 방에 들어가 아기를 깨물기로 한 것이지요. 게가 잠든 아기 엉덩이를 깨물자 아기가 울고, 떡을 만들던 할머니와 엄마가 놀라서 방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침을 질질 흘리며 온갖 종류의 떡들을 바라보고 있던 원숭이는 떡시루를 들고 냅다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냠냠 시루떡이 든 떡시루와 함께 어느틈에 집어넣었는지 떡시루에 안에 떡꼬치 두 개도 들어 있습니다. 원숭이는 같이 가자고 소리치는 게를 기다리지도 않고 혼자서 고개를 넘어갑니다. 그리고는 나무 위에 올라가 냠냠 시루떡을 혼자서 먹고 있어요.

화가 난 게가 "못된 원숭이놈, 바람에 날아가 버려라!" 외치니 정말 센 바람이 불어 떡시루가 게 앞에 쿵 떨어졌습니다. 게는 냠냠 시루떡을 들고 조그만 구멍 속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가 버렸지요. 이번에는 원숭이가 안달이 났겠지요. 떡을 못먹어 심술이 난 원숭이는 솔솔 냄새가 새어 나오는 게의 집 앞에 엉덩이를 치켜세우고 똥을 눕니다.

화가 난 게는 집게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꽉 물어버립니다. 마치 게가 원숭이 똥침을 하는 것 같은 자세입니다. 원숭이 엉덩이에 털이 홀라당 빠지고 빨갛게 된 것은 다 이래서 그런 것이래요. 또 게의 집게발에 털이 생긴것도 이래서 그런 것이라지요.

원숭이는 왜 엉덩이가 빨간 것일까?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래~ 하면 아하 재밌는 이야기에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집게발에만 털이 있는 게도 마찬가지이구요.

이것은 왜 이렇게 생겼어요? 왜 이렇게 됐어요? 아이들의 끊임없는 궁금증은 오랜 옛날부터 계속되어 왔나 봅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이 만들어져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겠지요.

이 그림책은 이야기의 재미뿐만 아니라 그림에서 보여지는 재미도 아주 큽니다. 게와 원숭이의 표정은 보는 사람도 유쾌해질만큼 환한 미소를 보여주기도 하고, 원숭이가 게에게 엉덩이를 물려 눈물을 쏟으며 우는 장면은 정말 아프겠다 느껴질 정도로 실감이 납니다. 떡을 보며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 또한 그 절실함이 느껴져 귀엽기까지 해요. 갑자기 게와 원숭이와 함께 시루떡을 한 입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게와 원숭이 이외에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것이 바로 꽃입니다. 동백꽃, 민들레, 찔레꽃 등 여러가지 꽃들이 등장합니다. 이 꽃들은 가만히 주위 배경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게와 원숭이와 함께 행동하는 듯 보입니다.

돌 쌓기 놀이를 할때는 누가누가 높이 쌓나 응원하며 지켜보고 있고, 게에게 아기를 깨물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장면에서는 동백꽃도 숨죽여 그 꾀를 듣고 있는 것 같고, 원숭이가 나무 위에서 냠냠 시루떡을 맛나게 먹을때는 원숭이가 이 시간을 즐기도록 감싸주는 것 같고, 원숭이가 떡시루를 가지고 도망칠때와 게의 집앞에서 같이 먹자고 말할때는 꽃들도 함께 원숭이의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원숭이가 똥을 쌀 때 왼쪽 꽃들은 냄새가 난다는듯 반대쪽으로 다시 몸을 기울이고 있고, 오른쪽 꽃들은 무슨 일인지 들여다보고 있어요. 게가 집게발로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을때는 뾰족뾰족 가시가 돋힌 찔레꽃들이 함께 게를 응원하는듯 합니다.

글로만 읽었을때와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볼때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작가의 섬세한 배려에 그림으로 전해주는 이야기가 더 풍성해져서 보는 재미가 훨씬 더 커져 자꾸자꾸 보고싶어지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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