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화로 보는 사마귀 한살이 권혁도 세밀화 그림책 시리즈 5
권혁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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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하면 일단 무섭고 징그럽다는 생각부터 든다.

어려서부터 사마귀에게 물리면 그 자리가 부풀어올라 딱딱해지는 일명 사마귀가 생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게 정말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몸이 기다랗고 얼굴모양 외계인처럼 생긴 사마귀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동물이었다.

어쩌다 풀숲에서 발견을 해도 막대기를 이용해 저 먼곳으로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일까? 다른 곤충들에 비해 사마귀를 자세하게 가까이서 살펴보지는 않은 것 같다.

사마귀가 무얼 먹고 사는지,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

 

<세밀화로 보는 꽃과 나비>를 통해 권혁도 선생님의 그림에 푹 빠져 있었기에 새롭게 '사마귀 한살이'를 주제로 또 세밀화 그림책을 내셨다니 한편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실사로 된 그림책보다 내가 세밀화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의 모든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밀화는 꽃은 피어날때부터 잎이 시들때까지의 과정을 모두 담아내고 곤충과 동물들도 실사에서는 자세히 볼 수 없는 작은 부분까지 모두 담아낸다.

무엇보다 세밀화 그림은 눈이 편안하고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어서 빨리 자연 속으로 아이들과 함께 뛰어나가고픈 충동을 일으키게도 한다.

 

다른 곤충들도 많은데 선생님은 왜 '사마귀'를 관찰하셨을까?

그 궁금증은 책 마지막에 쓰신 선생님의 글을 보며 짐작할 수 있었다.

왕사마귀 알집을 채집해 책상 서랍에 넣어놓았다가 260여마리의 애벌레들이 부화해버렸다는 것..읔~~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딸이랑 둘이서 으악~ 소리를 지를뻔했다. ㅋㅋ

그렇게 사마귀와 한집살림(?)을 하셨기에 사마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셨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책에도 선생님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들어있음을 알 수 있다.

 

엉겅귀꽃에 숨어서 먹을 것을 기다리고 있는 사마귀의 모습부터 시작되는 사마귀의 한살이..

매미, 잠자리, 나비, 벌, 메뚜기, 그리고 청개구리까지 잡아먹는다니 생긴모습처럼 역시나 '풀숲의 사냥꾼' '풀숲의 왕'이라고 불릴만 하다.

다른 곤충들처럼 사마귀도 알집을 만들어 그 안에 알을 낳는다. 겨울에 아무리 추워도 알집이 얼지 않는다니, 우리도 집을 지을때 사마귀알집의 원리를 이용하면 바람이 하나도 들지 않을 것 같다.ㅎㅎ

다시 봄이 되어 깨어난 사마귀애벌레들...징그럽기만 하던 사마귀가 이제는 약간 귀여운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알집에서 나온 어린 사마귀들은 거미나 개미, 개구리같은 천적에게 잡아먹히고, 자라는 동안 힘센 사마귀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

250여개나 되는 알들 중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살아남는건 겨우 서너마리라고 하니 살아남는 비율이 꽤 낮은 것 같다.

사마귀는 태어나서부터 성충이 되기까지 모두 일곱번의 허물을 벗는다. 허물벗는 과정까지 세밀하게 표현이 되어 있어 책 한권으로 우리는 사마귀의 한살이를 볼 수가 있다.

와~ 마지막 일곱번째에서 날개를 펴는 과정은 정말 신비롭기까지 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짝짓기를 한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부분이나 자라면서 약한 사마귀를 힘센 사마귀가 잡아먹는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이러한 것 모두 자연의 섭리일텐데 그동안 사마귀를 너무 악하게 나쁜 곤충으로만 여긴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마귀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이러한 신비로운 세계를 멀리했다니...문득 이런 나의 편견이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미치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지난 여름 할머니댁 마당에서 발견한 사마귀 한마리를 보고 아이들은 구경하느라 가까이 다가가서 잡으려 하는데 오히려 어른들은 얼른 저리 던져버리라고 했었다.

사마귀가 사람도 문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사마귀의 한살이를 보고나니 이제는 당당히 사마귀를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표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겹눈과 홑눈이 궁금해서라도 정말 자세히 보고 싶다.

올 겨울을 잘 버텨내고 일곱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 사마귀를 내년에는 꼭 우리 아이들과 함께 관찰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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