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자의 기억법을 다 읽고나서 든 의문이었다.

책을 덮고 차근차근 내 기억들을 되새김질 해봤다.

어제의 기억, 지난 주말에 한 일, 지난 달에 있었던 일, 일 년 전 이맘때 난 무엇을 하였나

뚜렷이 기억나는 부분도 있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일기를 뒤적거리며 내용을 확인해보자, 내가 잘 못 기억하는 것 역시 존재했다.

 

그럼 치매가 걸린 노인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한 것일까?

그 기억은 메모를 하는 것으로 채울수 있는 부분일걸까?

아이러니 하게도 책을 읽고나니 읽기 전보다 의문스러운 부분이 더 많아졌다.

그래서 나는 책을 다시 읽었다.

내용과 결말을 알고서 읽는 두 번째 독서.

두 번 읽으니 처음보다 소설의 내용이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김영하 씨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최소 두 번이상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살인자의 기억법도 그렇고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를 있다도 그렇고

두 번 읽었을 때 좀 더 확실히 다가왔기 때문이다.

 

책을 두 번 읽게 만드는 것.

그게 김영하 씨가 가진 매력이자 능력이 아닐까 싶다.

좋게 말한다면 독자가 상상하고 생각할 부분이 많은 책

나쁘게(?) 말한다면 불친절한 책.

 

나는 이 소설이 불친절해서 좋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읽으며 빈 부분을 상상해 메우는 과정을 통해 작가가 쓴 책에서 나도 함께 참여한 소설이 되고 독서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만의 독서를 위해 작가가 숨긴 의도를 생각하지 않으며 그저 종이에 쓰여진 대로 천천히 책을 읽었다. 내가 읽고 느낀 것 그대로가 이 책이 주는 나에게 주는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감상 역시 달라질거라 생각한다.

인간의 기억은 불완전한 것이고 내 마음대로 바뀌는 것이니까.

 

한 달 뒤, 내가 다시 이 책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건 알 수 없지만 확실한건 지금과 다를 것이라는 것.

그래서 다시 읽게 될 것이다. 이 불친절한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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