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했다. "계급주의적 입장이라든가 계급의식이란 게 뭐냐,
하면..... 어쨌든 낡아빠진 봉건사회는 나쁜 것이고, 새로운 사회는 모두 좋다는 얘기죠. 빈농이나 하층 중농 출신 가운데 나쁘것은 하나도 없고, 빈농이나 하층 중농 출신이 아닌 사람은 에누리없이 나쁜 사람이란 얘기죠. 아시겠어요?"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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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 / 문예중앙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함부로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쓰고 싶지않다는 작가의 말..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를 통해 경험할 수없는 혹은 지나칠수 밖에 없는 현실을 우리는 알게 된다. 그리고 이해하려고 함께하려고 애쓴다. 문학은 그렇게 사회의 순기능적 역할을 한다.
어설픈 이해와 충고의 글은 읽기 힘들어 일찌감치 덮게 되지만
어떤 진심이든 우러나와지는 글앞에서는 마음을 열 준비가 되있다. 두번째 읽은 조해진 작가의 책. 한동안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을 것 같다.

이제 그녀는 좀처럼 타인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타인을 믿지 않음으로써 세상과 한 뼘씩 멀어질 것이다. 한밤중 통신회사나 카드회사 직원과 언쟁을 벌이며 울먹이는 날들이 쌓여갈 것이다.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 외로움마저 습관이 되어 피로나 추위와 구분되지 않는 날도 올 것이다.
p143

아무리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해도,온 생애에 걸쳐 두고두고 회상할 엄청난 경험을 하고 돌아와도, 결국엔 저렇게 황량한 곳이 생의 최종 목적지가 될 거라고 생각하자 모든 것이 시들해졌다. 어쩌면 처음부터 기대하는 건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루를 살다가 다음 날이 되면 미련이나 고통 없이 그 지나간 하루를 인생의 총합에서 마이너스하는 것, 사는 게 그것만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서 여행작가니 여행 가이드 같은 허상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p161

도시는 증식의 본능을 알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가 아닐까 오래된 쇼핑센터와 실패한 가구점, 외로운 사람들이 사는 다가구주택 
같은 공간을 잠식하며 도시는 끊임없이 그 본능을 증명하는 것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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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감정과 상관없이 울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아무도 모르게 위로를 받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p14

입은 붉게 웃는데 눈은 검게 운다. 웃고 우는 표정이 섞여 있는 묘한 얼굴, 웃게 하는 마음이나 눈물을 흘리도록 유도하는 슬픈 감정이 애초에 어떤 모양과 질감이었는지, 그러나 수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p35

삶이란 결국, 집과 집을 떠도는 과정이 아닐까.
타인의 집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면 민은 그런 생각에 잠기곤 했다. 한 시절 거주한 집은 그대로 삶의 일부가 되고, 그런의미에서 이 세상의 모든 집은 존재의 시간을 증명한다. 
p43

그렇다면 나는, 세상에 폐허는 흔하고 그것을 진지하게 공감하면서 지켜보는 부류는 별로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것일까. 적어도 배타심이나 적대감은 없는 구경꾼이란 걸 인정받고 싶었던가.
그토록 하찮고 작은 인정…….
p63

그녀는 연락도 없이 찾아온 아이에게 가장 좋고 가장 깨끗한 것만을 골라 먹일 것이다.나쁜 냄새가 나지않도록 끊임없이 
쓸고 닦을 것이며 밤에는 아껴둔 새 이불을 펼칠것이다. 그녀와 단둘이 며칠을 보내면서 아이는 추상적인 고통이 아니라 구체적인 감각으로 채워지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건 곧 위로이기도 하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게 될 터였다.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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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웃으며 읽다가 머리를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다.
이기호 작가의 책은 늘 이렇게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다.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처럼 읽혀서 웃다가 그 민낯이 들켜버려
창피함에 뒷목이 당긴다.
꽤나 도덕적인 척, 선량한 척, 별 문제 없는 척 살면서 나는 혹시
이중적인 잣대를 아무 생각없이 휘두르며 살고 있지는 않나...
그 잣대마저 나름의 정의라고 자위하고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에게 함부로 보인 무의미한 환대와 책임감없는 연민과 동정이 그들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진 않을까.. 새삼 창피해진다

이쯤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대상을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그러니까모든 사랑은 자기애라는 오래된 교훈을 도용해보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환대는 정말 무조건적일 수 있을까? 환대는 환대받는 대상을 향해 있는가, 아니면 환대하는 주체 자신을 향해있는가? 당신은 타인을 환대하는가, 아니면 타인을 환대하는 자기자신의 이미지를 환대하는가? 비단 작중인물들에게만 국한시키기 힘든 이 부끄러움 앞에서 환대의 정언명령은 쉽사리 대답하기힘든 질문에 봉착한다.
 그러나 이기호의 질문은 더 이어진다. 당신이 타인을 환대할때, 환대받는 타인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당신의 환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p290

부끄러움이다. 타인이 베푸는 절대적 환대 앞에서의 부끄러움…… 환대하는 자와 환대받는 자 사이의 불균등성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움…… 환대의 주체가 환대의 대상이 가질 법한 감정을 헤아리지 못할 때, 이 부끄러움은 금세 의심할 만한 것이 되고 만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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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마다 각기 다른 여러 개의 선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하나의 선으로만 보려는 것은 그 사람 자체를 보려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보고 있는 자기 스스로를 보려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의심을 하게 될 때가 더 많아졌다. 그 사람을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 그 사람들 눈에 남자의 승합차에 올라탄 순간 나는, 이미 남편을 살해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p132

왜 어떤 사람은 살인자가 되고, 또 어떤 사람은 정상이 되는 것인지.
왜 어떤 사람은 수치를 느끼고, 또 어떤 사람은 염치를 생각하는지.
나는 지금도 그것을 알지 못한다.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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