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웃으며 읽다가 머리를 크게 한 방 맞은 느낌이다.
이기호 작가의 책은 늘 이렇게 유머러스하면서도 날카롭다.
그저 내 삶의 한 부분처럼 읽혀서 웃다가 그 민낯이 들켜버려
창피함에 뒷목이 당긴다.
꽤나 도덕적인 척, 선량한 척, 별 문제 없는 척 살면서 나는 혹시
이중적인 잣대를 아무 생각없이 휘두르며 살고 있지는 않나...
그 잣대마저 나름의 정의라고 자위하고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에게 함부로 보인 무의미한 환대와 책임감없는 연민과 동정이 그들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진 않을까.. 새삼 창피해진다

이쯤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은 대상을 사랑하는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그러니까모든 사랑은 자기애라는 오래된 교훈을 도용해보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환대는 정말 무조건적일 수 있을까? 환대는 환대받는 대상을 향해 있는가, 아니면 환대하는 주체 자신을 향해있는가? 당신은 타인을 환대하는가, 아니면 타인을 환대하는 자기자신의 이미지를 환대하는가? 비단 작중인물들에게만 국한시키기 힘든 이 부끄러움 앞에서 환대의 정언명령은 쉽사리 대답하기힘든 질문에 봉착한다.
 그러나 이기호의 질문은 더 이어진다. 당신이 타인을 환대할때, 환대받는 타인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당신의 환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p290

부끄러움이다. 타인이 베푸는 절대적 환대 앞에서의 부끄러움…… 환대하는 자와 환대받는 자 사이의 불균등성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움…… 환대의 주체가 환대의 대상이 가질 법한 감정을 헤아리지 못할 때, 이 부끄러움은 금세 의심할 만한 것이 되고 만다.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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