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그놈은 인간 세상을 묵묵히 떠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놈은 차가운 땅바닥에 모로 누웠다. 소는 한평생 살아오는 동안 서 있거나 네 무릎을 꿇고 얻드려 눕는 게 정상인데, 이렇듯 큰 대자로 벌렁 눕는 자세를 취하는 건 아마도 죽을 때뿐이리라. 그놈은 땅바닥에 평안히, 아주편안히 누웠다. 편안히 누운 몸뚱이가 살아 있을 때보다 훨씬 더커 보였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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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인민이나? 또 내가 인민이냐? 너나 나나 모두 초목이나 다를 바 없이 무용지물인 쓸모없고 비천한 사람들이야. 쓸모없는사람은 사람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데, 어떻게 인민 축에 들 수 있겠어?"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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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짬을 내어 도둑잠이라도 잤지만, 이 녀석은 여태껏 
조금도 잠을 자보지 못했다. 이제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거세한 소를 주저앉지 모하게 한 치사는 상처받은 짐승에게 할 
도리가 아니었다. 설사 거세하지 않은 소라 해도 무려 나흘 낮과 나흘 밤 동안이나 주저앉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은 가혹한 형벌이었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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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허튼 생각 해봤자 다 소용없는 짓이지. 사람은 하늘의 운명에 맞설 수 없는 노릇이거든. 그래서 나는 지금 생활에 만족할 줄 안다고, 모자라게 사는 것보다 낫고, 여유 있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야.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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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을 전체를 뒤흔들 만한 대사건이 나하고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그렇게 된다면 내삶이 얼마나 
충실해질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한 몸에 받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은 분명히 간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설명해주기만 바랄 테니, 내가 얼마나 의기양양할 것이며 동네방네 우쭐대고 다닐 수 있겠느냔 말이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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