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씨 감사해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게 된건 대학 2학년. '상실의 시대' (원제 노르웨이의 숲)을 읽게 되면서다.

당시 한국문학은 여성작가들이 대세였고(공지영.신경숙. 은희경.김형경 등) 이문열, 최인호등

굵직한 남성작가들의 책이 팔렸다. 그 사이에서 일본소설을 처음 접했고 그 나른하고 산뜻한

봄날씨 같은 문체와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소설을 네번이나 읽은 건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세번 읽은 이후로 처음이었다. 뭐가 그리 좋았을까? 그냥 다 좋았다. 간결하면서도 공감력이

있는 문체도 좋았고 무겁지 않은 주인공도 좋고 굵직한 사건없이 내 주변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사건들 사이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좋았다. 그렇게 하루키를 알면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양을 쫓는 모험' '해변의 카프카' '1Q84'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었고 소설보다 더 좋아했던건 그가 써낸 에세이였다. 그래서 작가 하루키보다

일상인 하루키의 삶이 더 매력있다고 여겼던거 같다.

<먼북소리> <우천염천> <슬픈 외국어> <치즈케이크 모양을 한 가난> 등 외국생활속에서

하루키의 일상을 쓴 에세이를 정말 좋아했다. 달리기를 좋아해서 쓴 에세이, 우동여행을

기록한 것등 하루키의 매력은 어쩌면 에세이에서 또 다르게 발산 되는 지도 모른다.

작가 하루키의 소설가적 삶을 쓴 이번 에세이는 그의 소설들이 어떤식으로 탄생되었는지

솔직담백하게 써내려갔다.

우연한 기회에 소설가가 되었고 운좋게 신인상을 받고 또한 그리 힘들이지 않고 쓴 소설이

일본을 넘어 한국, 미국등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가적 이력을

운이라는 말로 겸손한듯 타고난 재능인듯 아리송하게 말하지만 그가 자기만의 문학적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 책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치열한 삶을 살지 않아도 힘들게 자신을 채찍질 하지 않고도 충분히 소설에 자신의 능력을

집중 시킬 수 있는 모습. 자신이  쓸 줄 아는 소설에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이 그만의 소설을 만들어 낸 것이다.

스스로를 잘 알고 스스로에게 원칙을 부여하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글을 쓰는 모습

내가 하루키의 문학을 좋아하고 지금껏 책장에 하나둘씩 모아오는 것에 충분히 자부심을

느끼게하는 소설가의 모습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새 여행에세이를 구입했다. 어떤 글로든 실망을 주지 않는 하루키씨.

감사해요. 당신 덕에 나의 이십대를 행복하게 추억하며 사십대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