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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오베같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퉁명한 말투를 싫어하고, 고집쟁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과연 이렇게 폐쇄적인 남자에게 어떻게 먼저 웃으면서 말 걸 수 있을까?
먼저 말을 걸고도 돌아오는 건 퉁명하다못해 욕나올만한 대답이라니...
하지만 책을 읽어나갈 수록 이 무뚝뚝하고 오만불손한 남자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우린 흔히 친절하지 않음을 나쁨과 혼동한다.
친절하지 않고 웃지 않음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나쁘다고 간주하는건
오류다. 그래서 종종 친절한 범죄자에게 우리는 속아 넘어가는 것이다.
그는 세상에 대한 확고한 가치가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한 자기만의 의지가 강한
남자였다.
원칙을 세울줄 알고 가치를 지킬 줄 아는 진정한 남자였다.
그가 세상에 대해 화를 내는 건 원칙이 깨지거나 마음대로 가치를 무시할 때다.
어떤 면에선 그만의 가치고 원칙이겠지만 그래도 쉽게 타협하거나 변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켜나가는 그 모습은 지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아내 소냐의 죽음으로 자살을 시도하던 오베앞에
나타난 파르바네의 식구들.. 그저 눈 질끈감고 무시해도 될 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원칙을 지키기위해 문제의 상황에 뛰어드는 오베를 보면서 이 남자 참 따듯한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세상 어떤 누구보다 까칠하게만 보이는 이 남자.. 하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만큼은
가슴깊이 갖고 있는 듯 하다.
보통의 사람들이 편견의 눈으로 보기 쉬운 유색 인종, 동성애자, 치매환자등에게도
그는 인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같은 가치로 대했다. 굳이 일부러 배려하지도
무시하지도 않고 똑같이 대하는 것이 쉬운 듯 보여도 결코 행동으로 옮기기엔 쉽지
않다.
어쩌면 죽음을 준비하는 그의 곁으로 유일한 삶의 이유였던 아내 소냐가 그들을
보내주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진정한 모습을 유일하게 알고 있던 아내에겐 오베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그의 이웃들이 알기를 바랬을 것이다.
더 이상 세상은 트러블메이커를 존중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나마 이 세상이 제자리
에서 멀어지지 않고 존재 할 수 있는 건 송곳처럼 날카롭지만 정곡을 찌를 줄 아는
오베같은 이들이 있어서 일것이다.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인간다운 존엄성을 가졌던 오베..그가 만약 내 이웃이라면
그의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편견의 안경을 쓰지 않아야겠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은 천부적인
이야기 꾼이고 캐릭터 창조에 확실한 감각이 돋보인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유쾌하고 따뜻한지 이 작가의 또다른 이야기가 정말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