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동 더하기 25 - 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조은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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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데자뷰라고 해도 좋을 만큼 25년전 사당동의 그들과 나의 어린시절이 겹쳤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은 일찍 결혼한 어린 부모였다. 그들 역시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회에서 부딪치다 만났고 그들이 결혼할땐 양가 어느쪽도 도움이 되주지 못했다.

오롯이 몸으로만 먹고 살아야한 가난한 그들. 그들은 시골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킬수 없다고

판단해서 대전이라는 도시로 나왔다. 그들이 자리잡은, 내 유년 청소년기를 보낸 곳은 산 날망에

있는 오래된 가옥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씨실, 날실처럼 어지럽게 얽힌 동네였다.

사당동의 철거민들보다 약간 나은 정도의 주거 환경이랄까. 어쨌든 우리 부모는 여타의 가난한 부모들처럼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일을 나갔다. 나는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곤로에 밥을 앉힐 수 있었고 동생의 점심을 챙겨 먹였다.

만약 아빠가 험한 직업인 환경미화원의 정규직을 갖지 못했다면 우리 집역시 사당동의 그들 처럼

언제 어느때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학창시절내내 내 안의 콤플렉스였던

아빠의 직업이 결국 우리를 빈곤의 대물림으로부터 건져 주었고 대학교육과 더불어 지금의 어느정도 안정된 삶의 기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들의 삶은 너무도 불안정했다. 몸뚱이 하나로 살아가는 그들은 식구들중 누가 아프거나 병에

걸리고, 가족중 누구의 일탈이 있으면 바로 무너졌다. 그들에게 딱 삼년만 정기적인 월급과 환경이 제공된다면 그들은 작은 종자돈을 만들어 빈곤의 탈출 씨앗을 틔울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아빠가 그리 좋은 부모는 아니었지만, 그 젊은 나이에 가족의 무게를 짊어지기 위해

냄새나고 힘든 직업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 만으로도 그는 존경받아 마땅하다. 아빠는 정년퇴직 할때까지 그 긴 시간동안 이혼과 여러 상황을 겪었지만 그래도 그 직업을 놓지는 못했다.

그에겐 자식이 둘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완수 해준 것만으로 나는 아빠를 더 이상

미워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들이 가족에 대한 책임감조차 이겨내기 버거운 현실이 안타까웠고

그들의 빈곤이 자식세대까지 대물림 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헐거운 복지 안전망이

슬펐다. 작은 월급이라도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꾸준히 받을 환경만 된다면 어느 정도의 가난

은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최소한 교육과 의료에서만큼 일정정도의 균등한 복지가

제공된다면 빈곤의 순환을 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점점 국민의 삶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언제 어느때 실직이 될

지모를 시한 폭탄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 법을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과연 100% 대한민국의 행복이라는 당신의 공약이 실행되고

있기나 한건지? 애초부터 말도 안되는 공약에 우리는 신기루를 보려고 했던건 아닐까?

25년의 긴 시간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연구해 주신 이 책의 저자 조은 교수님과

그외 연구자님들에게 감사드린다.

내가 한동안 잊고 있던 나의 사당동을 일깨워주고 어쩌면 나의 가족의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를 그들의 25년이 막연하게만 여겼던 경제 민주화와 사회 복지 안전망의 실현에 밑그림을

그려주었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정치인들의 정책부터 그들의

기본 가치관,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상의 일면을 분석하고 판단할 안목은 공부할 수 있다.

그것으로 나의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가족에 한정된 좁은 울타리

가 아닌 사회 전체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증세복지에 과감히 찬성할 것이다.

그들이 나눠준 파이를 놓고 내 것을 지키기위해 아둥바둥 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많은

파이를 얻기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웃을 수있는 재분배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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