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지향적 문화에서는 대개 생각하는 일을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데, 아무일도 
안 하기란 쉽지 않다. 아무 일도 안 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무슨 일을 하는 척하는 것이고,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에 가장 가까운 일은 
걷는것이다. 인간의 의도적 행위 중에 육체의 
무의지적 리듬(숨을 쉬는 것, 심장이 뛰는 것)에 
가장 가까운 것이 보행이다. 보행은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 그저 존재하는 것과 뭔가를 해내는 
것 사이의 미묘한 균형이다. 생각과 경험과 도착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육체노동이라고 
할까. 수년간 걷기를 다른 일의 수단으로 삼아왔던 
내가 걷기에 대한 글을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도 우연은 아니다.
p20

마음도 두 발과 비슷한 속도 (시속 5킬로미터 이하)
가 아닐까 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생각이 맞다면, 현대인의 삶이 움직이는 속도는
생각의 속도, 생각이 움직이는 속도보다빠르다.
p28

한 장소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장소에 기억과
연상이라는 보이지 않는 씨앗을 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장소로 돌아가면 그 씨앗의 
열매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는 일은 마음을 두루 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하듯,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
p32

"나는 걸을 때만 사색할 수 있다. 내 걸음이 멈추면
내 생각도 멈춘다. 내 두발이 움직여야 내 머리가
움직인다" 루소의 <고백록>에 나오는 말이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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