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단편집을 참 오랜만에 읽었다.
실제 하루키의 삶의 모습은 그가 쓴 에세이나 작가수업같은
책에서 보면 너무나도 단단한 일상을 구축하며 꽤 근면성실하게
작가라는 직업을 이어가는 일상의 남자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들을 보면 조금은 독특하고 난해하며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남다르다. 여성을 성스럽게 혹은 난잡한 창녀의 이중성을 간직한 신화적 존재처럼 다룬다.
이 책속의 여자 없는 남자들, 정확히 말하면 여자를 잃어버린
남자들의 헛된 망상을 충족시키듯...
이 책의 남자 인물들은 하나같이 여자로부터 배신혹은 버림
받고 다른 여자에게서 그것을 채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해도 결코 서로를 모두 이해 할 수없고 완전히 알기 어렵다.
사랑이라는 정염에 휩싸일때는 간과 됐던 것들이 삶의 일상으로
돌아보면 재만 남기고 사그라진다.
누군가는 온돌을 데우듯 자신들의 정염을 일상에 옮겨놓을 수
있지만 하루키의 남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갖지 못한 것에 더욱 열망하고 잃어버린 것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망가뜨려가는 사랑의 정염에 불탄 이들..그들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일상성에 의해 유지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세계 자체가 이렇게 무너져가는 판에 고장난 
자물쇠 같은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그걸 또 
착실히 고치러 오는 사람도 있어요. 생각해보면 
참 이상야릇하다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뭐,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의외로 그런 게 정답일 수 있어요. 설령 세계가 
지금 당장 무너진다 해도, 그렇게 자잘한 일들을 
꼬박꼬박 착실히 유지해가는 것으로 인간은 
그럭저럭 제정신을 지켜내는지도 모르겠어요."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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