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사회가 당하는 가장 큰 곤경, 그것은 모든
사태가 항상 어느날 갑자기의 형식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리라. (1986)
p272

사실, 사람을 억압하는 것은 자각되지 않는 말들이고 
진실과 부합되지 않는 말들이고 인습적인 말들이지, 
반드시 어려운 말이 아니다. 어려운 말은 쉬워질 수 
있지만, 인습적인 말은 더 인습적이 될뿐이다. 
진실은 어렵게 표현될 수도 있고 쉽게 표현될 수도 있다
진실하지 않은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억압받는 사람들의 진실이야말로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것에 속한다. 장 주네는 "자신이 배반자라고 
여겨질 때 마지막 남아 있는 수단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의미하는 바도 아마 이와 관련될 것이다.
(2000)
p275

불투명한 것들이 투명한 것의 힘을 만든다.
인간의 미래는 여전히 저 불투명한 것들과
그것들의 근거지인 은밀한 시간에 달려 있다.
(2001)
p283

고인은 순간마다 한 뜻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내던졌던 사람답게 죽음 앞에서도 전적으로 죽음에 
관해서만 말했다. 처절한 결단을향해 추호의 
주저함도 없었던 고인의 유서에는 짧은 문장과 
비교적 긴 문장이 어울려 만드는 단호한 리듬과 
처연한 속도감이 있다.
이 다감하고 열정적이었던 사람의 절명사는, 
고결한 정신과 높은 집중력에서 비롯하는 순결한 
힘 아래, 우리 시대의 어느 시에서도 보기 드문 시적 전기장치를 감추고 있다. 
고인의 믿었던 미래의 힘과 깊이가 그와 같다. (2009)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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