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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빌려드립니다 : 영국 - 인류 역사와 문화의 새로운 발견 ㅣ 박물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5년 9월
평점 :
#협찬 도서

나는 가끔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찾곤 하는데,
도슨트의 해설을 들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해설을 들었을 때는
“이건 정말 필수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나처럼 ‘미술알못’, ‘역사알못’에게
도슨트의 해설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당장 갈 수 없는 대영박물관의
대표 유물과 작품을
26년차 도슨트가 생생하게 안내해준다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책장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장이라도 짐을 싸서
영국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마침 추석 연휴 때 읽은지라
집에 있으면서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책은 대영박물관의 탄생 과정부터 시작된다.
1753년, 유물 수집이 취미였던
의사 한스 슬론 경이
평생 모은 세계 각국의 유물 7만 점을 기부하면서
대영박물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는 “모두가 무료로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랐고,
그 덕분에 대영박물관은
지금까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기업(인)도
기부에 참여했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유구한 문명과 유물에 담긴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했다.
특히 인류 최초의 도서관이라 불리는
‘아슈르바니팔의 점토판 도서관’에 남겨진
글귀는 압권이었다.
“인생의 기쁨, 그 이름은 맥주.
인생의 슬픔, 그 이름은 원정.
결혼은 기쁜 것, 그러나 이혼은 더 기쁜 것.
칠칠치 못한 아내는 악마보다 두렵다.
인간은 모두 죽는다. 그러니 쓰자.
하지만 금방 죽지도 않는다.
저축도 해야 한다.”
가족들과 함께 읽다가 빵 터졌다^^
2500년 전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았다는 게
그저 신기했다.
이집트의 미라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미라의 제작 과정과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라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했다.
이처럼 방대한 역사와 문화를 품은
박물관을 보고 있자니
문득 영국이 부러워졌다.

대영박물관에 이어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도 소개된다.
1837년 왕위에 오른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 공의 이름을 딴 곳으로,
앨버트 공이 만국박람회
출품작을 전시하기 위해 세운
박물관이라고 한다.
현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유럽과 아시아의 조각·공예·건축·회화·디자인 등
무려 200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태피스트리와
안토니오 카노바의 조각
‘삼미의 여신’이 인상 깊었다.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아름다워서
언젠가 꼭 실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책 속에서 언급된 박물관 내
레스토랑에도 꼭 가보고 싶다.
빅토리아 시대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한
애프터눈 티 세트를 맛볼 수 있다니!
샌드위치와 정어리 파이, 스콘까지—
언젠가 그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천천히 유럽의 예술과 시간을 느껴보고 싶다.

이 책은 단순한 박물관 안내서가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예술, 신화가 한데 엮인
거대한 서사시와도 같다.
유물 하나하나가 품은 이야기가
생생히 되살아났고,
책장을 넘길수록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장에서는 국회의사당 정원과
웨스트민스터 사원 등 런던의 주요 명소들과
그곳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함께 소개되어 있어
더욱 유익하다.
도슨트의 해설이 더해지면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역사’가 된다.
그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 바로
《박물관을 빌려드립니다》였다.
책을 덮는 순간에도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당장 떠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책을 곁에 두고,
하루에 유물 하나씩 다시 들여다보며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를
천천히 감상해보려 한다.
덧) 이 책은 '박물관을 빌려드립니다'
시리즈의 첫 책이라고 한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