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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 팔레오세부터 인류세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기후의 역사
레이다르 뮐러 지음, 황덕령 옮김 / 애플북스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평소에 과학 책을 가까이 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후에 관한 책은
관심을 갖고 보는 편이다.
봄이 되어 따뜻해지니 좋으면서도 벌써부터 무더운 여름이 걱정되니 말이다.
기후는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기후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저자는 단순히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이
기후 변화를 의미하지 않으며,
더 중요한 것은 기후로 정의되는 장기간의 날씨 패턴이라고 한다.
따라서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책에 따르면 기후가 아니라 날씨였다 --;;;)
노르웨이의 세계적인 지질학자 레이다르 뮐러는 "기후는 이전에도 변했는데, 왜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에 대해 신경 써야 하지?"라는 아버지의 말이 이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과거에는 수만 년에 걸쳐 기후 변화가 이뤄졌지만, 현재는 불과 200년 만에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며 유엔 IPCC가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100년 이내에 에오세 온난기와 비슷한 수준의 온난화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그 시절에는 빙하에 숲이 있었고 북극에 악어와 왕도마뱀이 살았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거의 흔적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이 책은
뼛속까지 문과에 과알못인 나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호수와 바다의 밑바닥, 늪지, 동굴, 빙하, 암석층을 찾아 헤매며
기후의 비밀을 밝혀내고자 한 수많은 학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밝혀낸 기후의 신비로운 비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천 편의 논문과
서적을 검토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아문센이 이끄는 남극 탐험대에 불과 5주 차이로 패배한 스콧 탐험대가 남긴 15킬로그램의 암석 샘플로 인해 남극의 빙상이 한때 숲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야기(스콧 탐험대는 불행히도 모두 사망했다),오랜 시간에 걸친 바닷물의 온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오랜 된 동물인 507세
조개를 죽여 "조개 살해자"라는 비난에
시달린 앨런 와나메이커의 이야기 등 드라마같은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지구가 끓었다 얼었다 하면서 대륙과 산과 강, 바다가 재배치되는 모습도
경이롭지만, 지구의 수수께끼를 밝히기 위한 과학자들의 끈기 있는 노력과 희생이 주는 감동도 만만치 않다.

저자가 이 책을 쓴 계기인 "기후는 이전에도 변했는데, 왜 인간이 만든 지구온난화에 대해 신경 써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제 막 시작된 오늘날의 지구온난화가 지구 역사 속의 온실 기후와 다른 점은 '속도'라고 한다.
오늘날 대기 뿐 아니라 지구 시스템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아마도 지난 6500만 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는
일정한 허용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5500만 년 전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조에 달해 지구의 기온이 5도 이상 올라갔을 때에
비해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소 10배 이상이다(289-290쪽)
저자는 기후부정론자들의 주장(예전에는 더 따뜻했다)과
기후운동가들의 주장(지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과
같이 기후 문제를 단순한 흑백논리로 바라보는 시각을 경계하며, 이러한 흑백논리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과거에 대한 이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이미 기온 상승의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6000여 년 전 간빙기의 온난기와 유사한 기후에 접근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쪽의 툰드라는 숲으로 뒤덮이고, 빙하는
스칸디나비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다....비슷한 온도로 2도 상승한 시기는 12만 5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갸아 한다. 그 당시에는 템스강에 하마가 살았다. 그
때의 세상은 어땠을까? 그린란드의 빙상과 서남극의 빙상 일부가 녹아 해수면이 지금보다 6~9미터 높았다. 해수면 상승은 기후 온난화로 인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291쪽)
저자는 기후변화가 기존의 위협 요소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즉 빈곤, 경제적 혼란, 인구 압박, 이웃
국가의 전쟁, 억압과 불공정 등 수많은 분쟁의 요소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확실히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마지막으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조상들이 무력하게 희생되었던 불안정한 기후에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지금보다 더 잘 갖춘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고 더 많은 실험을 계속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기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이 책에 들어 있지 않더라도 소비를 줄이고 지구의 에너지 시스템을 혁신하며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어쩌면 기후변화의 영역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 후손들이 뜨겁고 낯선 행성에 살아야 하는 에오세와 같은 세상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303쪽)
저자의 마지막 메시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공부, 그리고 소중한 우리의 지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지구와 많은 다른 생물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런 분들께 추천>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
✔과학 분야의
책은 어렵다고 멀리하시는 분
✔기후는 원래
변하는 것이니 지구온난화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
✔지구의 드라마틱한
역사가 궁금하신 분
✔남극에 숲이
있고 북극에 악어가 있었던 시대가 궁금하신 분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의 답을 원하시는 분
✔기후가 인류의
진화를 주도했을까?
✔지구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까?
✔과거의 기후변화가
미래의 기후에 대해 무엇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지구가 얼음에
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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