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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상하게 본다면 한없이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행위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다른 리뷰를 대충 참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미심쩍었다. 읽고 나서 한참을 곱씹어 보고 한때 이슈가 되었던 '탈코르셋'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읽어야 할 글이 있고 가볍게 볼 수 있는 글이 있는데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전자에 가까운 듯하다. 특히 여남, 남녀 간에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하는 이상, 겉으로 묘사된 모습에 편견을 가지고 극혐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고통과 사회적 맥락을 미루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기득권을 쥔 스피커들이 만들어낸 어떤 대결 국면이란 얼핏 대등한 양상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일방적 스릴러에 가깝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지금의 현실이 너무 심각하게 한쪽을 짓누르고 후려치기 때문에 소설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이다. 그래서 발생하는 괴리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독자 중에도 '업데이트'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가.
끝으로 '82년생...'은 일종의 르뽀라면 이 책은 야수파, 입체파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화가들이 이 책을 주제로 전시회를 꾸며보는 것은 어떨지...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 P9
그리고, 몇번의 신음소리와 함께 뱃속에 들어간 것을 모두 게워냈다. - P59
......왜, 죽으면 안 되는 거야?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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