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지
조세핀 하트 지음, 공경희 옮김 / 녹색광선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파할 줄 알면서도 스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랑이 있다.
마치 운명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 도무지 빠져나올 도리가 없다.

안온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어느 날, 벼락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하필이면 아들의 여자.
둘은 만나자마자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차기 수상으로도 지목받을 만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던 그가 어떻게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욕망에 휘감기게 되었을까..
죄책감과 욕망과 질투.
괴로움과 질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온몸의 촉수는 그녀를 향해 뻗어나간다.
아슬아슬한 삼각관계 속에서 그 둘의 비밀스런 관계는 점점 체계화 된다. 아들과의 결혼 후에도 자신은 '전부, 언제나' 그의 것이라고 다짐하는 그녀. 자신과는 무엇도 이룰 수 없지만, 아들의 여자로서는 이 관계도 영원할 수 있다는.
절대 이해 안 되는 이 계획에 그 역시 동조할 수밖에 없다. 그녀를 곁에 두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이것 뿐이라면..
아들과 그녀의 결혼식 전날, 둘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하필 그 장면을 마주한 아들. 충격으로 인해 뒤로 물러서다가 그만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사하고 만다.
그들의 무모하고 위험한 여정도 끝이 난다.

난폭하고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인 소설 <데미지>.
몇십 년 전 영화로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생각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제레이 아이언스와 쥴리엣 비노쉬가 말하고 행동하는 듯했다. 움직임 하나 없이 마주보는 눈빛만으로 절정에 오르던 그 정사씬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가장 높고도 위험한 길인 줄 알면서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었던 남녀. 치명상을 입을 줄 알았다 한들 과연 멈출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잠시 생각해 본다.
우리는 이들에게 비난을 퍼부을 수 있을까? 과연 자신있게?어쩌면 그런 은밀한 욕망이 우리 가슴 어딘가에도 또아리 틀고 들어앉아 있을 수도 있는데..
운이 좋게도(?) 아직 깨워 줄 <안나>를 못 만났을 뿐...

그러니 타자의 사랑에는 입을 닫는 것이 최선이다.

-나 자신을 당신에게서 떼어내야 해요. 나는 치명적인 선물이었어요. 당신이 그렇게 열심히 찾던, 쾌락이라는 가장 큰 보답을 주는 고통스러운 선물이었어요. (중략) 당신이 갈구한 것은 내 고통이었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당신의 허기는 충분히 채워졌어요. 이제 당신은 자신의 고통을 안고 있다는 걸 기억해요. 그것이 '전부, 언제나'가 될 거예요. (중략) 우리에게 주어졌고 이제는 영원히 가버린 나날 역시 '전부, 언제나'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수아이아 달아실시선 78
김인자 지음 / 달아실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절하게 '우수아이아'에 가고 싶은 그 순간,
'우수아이아'가 내게로 왔다.
이열치열이라고 했던가.
슬픔 위에 슬픔의 시를 덮으며 소리내 울었다.
아픔과 슬픔을 버리기 위해 먼 여정도 마다않고
떠난다는 그 곳, '우수아이아'

세상 끝 그곳은 너무 멀어 갈 수는 없겠지만은,
나의 '우수아이아'는 가까이에 있다.
5분이면 볼 수 있는 바다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대관령 비밀의 숲.
그리고 그곳엔 그녀가 있다.

세상 곳곳에 뿌려진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그리움의 발자취들. 그녀만의 깊은 사유에서 우러나온 영롱한 문장들이 살아 꿈틀거린다.
시를 읽노라면
가슴 속 슬픔의 응어리들이 잘게 분쇄되는 느낌이 든다.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
눈물을 흘리면서도 토닥토닥 위로를 받는다.


눈폭풍을 견디며ㅡ(일부)

2.
고산 툰드라에 겨울이 깊어지면 굶주린 짐승들은 닥치는 대로 서로를 물어뜯다가
어느 날 혼자라는 걸 알았을 때
외로움과 허기를 참지 못해 마를 대로 마른
자기 몸을 바위에 던져 상처를 낸 후
그 피를 빨며 겨울을 견딘다고

갈수록 의식은 희미해지고 지금까지
자신을 연명케 한 것이 자기 살이고 피였다는 걸
자각할 즈음 봄이 가까이 와 있음을 예감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마지막 살아남은 동료들에 의해 뼈만 남은 몸이
하나 둘 해체되는 걸 의식하면서도 저항 한 번
못하고 눈을 감아야 하는 짐승의 최후

3.
결국 생이란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촛불같아
자신의 피를 자신이 빨다가는 것

(줄바꾸기는 하지 않았음)
김인자<우수아이아>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