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할 줄 알면서도 스스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사랑이 있다. 마치 운명처럼 서로를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 도무지 빠져나올 도리가 없다.안온한 삶을 살던 한 남자가 어느 날, 벼락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하필이면 아들의 여자.둘은 만나자마자 한눈에 서로를 알아본다.차기 수상으로도 지목받을 만큼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던 그가 어떻게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욕망에 휘감기게 되었을까..죄책감과 욕망과 질투.괴로움과 질투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의 온몸의 촉수는 그녀를 향해 뻗어나간다.아슬아슬한 삼각관계 속에서 그 둘의 비밀스런 관계는 점점 체계화 된다. 아들과의 결혼 후에도 자신은 '전부, 언제나' 그의 것이라고 다짐하는 그녀. 자신과는 무엇도 이룰 수 없지만, 아들의 여자로서는 이 관계도 영원할 수 있다는.절대 이해 안 되는 이 계획에 그 역시 동조할 수밖에 없다. 그녀를 곁에 두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이것 뿐이라면..아들과 그녀의 결혼식 전날, 둘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하필 그 장면을 마주한 아들. 충격으로 인해 뒤로 물러서다가 그만 아파트 난간에서 추락사하고 만다.그들의 무모하고 위험한 여정도 끝이 난다. 난폭하고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인 소설 <데미지>.몇십 년 전 영화로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이 생각난다. 책을 읽으며 내내 제레이 아이언스와 쥴리엣 비노쉬가 말하고 행동하는 듯했다. 움직임 하나 없이 마주보는 눈빛만으로 절정에 오르던 그 정사씬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가장 높고도 위험한 길인 줄 알면서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었던 남녀. 치명상을 입을 줄 알았다 한들 과연 멈출 수 있을까?책을 덮으며 잠시 생각해 본다.우리는 이들에게 비난을 퍼부을 수 있을까? 과연 자신있게?어쩌면 그런 은밀한 욕망이 우리 가슴 어딘가에도 또아리 틀고 들어앉아 있을 수도 있는데..운이 좋게도(?) 아직 깨워 줄 <안나>를 못 만났을 뿐...그러니 타자의 사랑에는 입을 닫는 것이 최선이다.-나 자신을 당신에게서 떼어내야 해요. 나는 치명적인 선물이었어요. 당신이 그렇게 열심히 찾던, 쾌락이라는 가장 큰 보답을 주는 고통스러운 선물이었어요. (중략) 당신이 갈구한 것은 내 고통이었어요.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당신의 허기는 충분히 채워졌어요. 이제 당신은 자신의 고통을 안고 있다는 걸 기억해요. 그것이 '전부, 언제나'가 될 거예요. (중략) 우리에게 주어졌고 이제는 영원히 가버린 나날 역시 '전부, 언제나'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