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독토사 모임에서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통해 슈테판 츠바이크를 만났다. 내가 잘 모르는 '칼뱅'이라는 인물을 또 다른 낯선 사람 츠바이크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는데 책을 읽고 맨 처음 든 생각은 당황스러움이었다.
책세상에서 서평단을 모집한다고 했다. 얼마전 알게 된, 나에겐 신선한 인물, 츠바이크가 쓴 내가 늘 궁금해 했던, 프로이트에 관한 이야기.. 호기심에 신청을 했고 우연히 당첨이 되어 책을 받았다.
'프로이트를 위하여'를 읽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어.. 츠바이크 너무 멋진데~ 괜찮은데~ 였다. 그가 쓴 다른 전기작품을 다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심리학 서적을 그다지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이렇게 쉽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무의식에 대한 설명을 한 책을 지금껏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이무석씨가 쓴 '정신분석에로의 초대'를 읽고 참 쉽고 재밌게 쓰셨다고 생각했었는데 츠바이크는 아예 프로이트가 되어서 프로이트의 마음과 생각으로 글을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오래 고민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 같은 깊~~~이 있는 생각과 예시들을 보고 감동받았다.
무의식과 꿈의 해석 그리고 정신분석에 대해서....
'무의식은 침몰하지 않고 우리에게 말을 한다. 물론 의식의 언어와는 다른 기호와 상징들을 가지고 말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무의식을 보기위해 꿈을 읽는다. 심리학은 심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곳에서는 그의 본질이 신화가 되며 무의식적 형상들이 범람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내적 생활의 가장 참된 모습을 형성한다. 무의식라는 본질적인 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심리기술, 목적을 향한 체계적 작업으로 땅 속 가장 깊은 곳까지 밀어 붙이는 지하공사 기술을 사용해야한다. 프로이트는 그런 방법을 발견하고 정신분석이라 이름 붙였다.'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인간의 지성이 인간의 충동활동에 비해 무기력하다는 것은 얼마든지 강조되어도 좋고 그런 주장이 옳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약점에는 특징이 있다. 지성의 목소리는 낮게 속삭이지만 자신의 말이 경청될 때까지 쉬지 않는다. 수없이 여러번 거듭 퇴짜를 맞지만 결국에는 성공한다. 이것은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게 해주는 몇 안되는 점들 가운데 하나이며 적지 않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지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날은 확실히 멀리 있지만 그렇다고 닿을 수 없을 만큼 멀지는 않을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토론을 할 때 우리나라에 과연 정의라는 것이 있기는 한가? 라고 이야기 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소리내어 외치고 있지 않은가.. 100만개의 촛불이 낮게 속삭이고 있지 않은가..수없이 퇴짜 맞고 쓰러지더라도 결국엔 정의가 이기리라는걸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최근 읽고 마음을 두었던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결을 같이 하는 내용도 있어서 반가웠다. 사람의 질병이 그냥 단순히 밖으로 부터 인체로 들어온 어떤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이제 질병은 더이상 인간 전체에 닥친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신체 기관들 중 하나에 닥친 문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정신과 육체는 분리되어질 수 없는 것들이고 육체의 증상들은 정신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생각을 의사들은 더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암환자들은 모두 병상에 누워 증상에 따라 적절한 처치를 받게된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무엇이 원인이 되어 그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가 않다는 말이다.
자기 내면에서 한 번 인간을 이해한 사람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츠바이크는 프로이트 만큼이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인 듯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결과는 외면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법이다. 자연자체가 각 사람이 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따라서 외부의 증상들만 검사하는 전문가보다 질병에 관해 더 많이 아는 내면의 의사라는 것이다. 낭만주의 의학을 통해 질병, 유기체, 치료의 문제가 처음으로 다시 통일체로 여겨졌다. 다시말해 과학적 의술에서는 환자가 대상으로 취급되는 반면 영적 치유는 환자에게 우선 그 자신이 영적으로 행위하기를 요구한다. 그 자신이 주체로서 치료의 담당자이자 실행자로서 질병에 맞서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능동성을 펼쳐 보이라는 것이다.'
'엄밀한 학문은 수백년간 편파적으로 인간 육체의 질료와 형상을 밑바닥까지 파헤친 뒤 다시금 신체를 만든 정신에 관해 묻고 있는 것이다.'
라고 1930년에 쓴 츠바이크의 생각이 2016년을 살고 있는 내 가슴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