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파인 - 자폐인 아들의 일기장을 읽다
이진희.김상현 지음 / 양철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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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제목이 아임 파인이 되었나 보다.

이 책은 자폐 청년 상현 씨의 일기와 엄마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상현 씨가 꼬꼬마 시절부터 꾸준히 써온 일기를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니 그 꾸준함에 놀랐다.

아직 글자 쓰기를 버거워하는 우리 아이 생각에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주변에서 일기를 열심히 쓰는 발달장애 친구들 생각도 났다.

그날그날의 일을 글자로 적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성실함을 요구하는 일이겠지만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성실함뿐만 아닌 그 외에 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나이가 차도 글자를 배우지 못하는 친구들도 많고, 우리 아이처럼 극구 무언가 잡고 쓰는 걸 거부하기도 한다.

착석 자체가 안되는 친구들도 많으니..ㅜㅜ

상현 씨는 고기능 자폐인가 보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 하는 등의 부러운 마음이 들었겠지만

이제는 아주 잘 안다.

남과 다른 삶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얼굴에 점만 하나 있어도 놀림감이 되는 세상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책을 읽는 내내 상현 씨의 일상생활이 눈에 보이는듯했다.

그리고 상현 씨의 어머님은 아이를 위해 아이의 눈높이에서 최선을 다하셨다.

읽는 내내,, 나는 지금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했다.

 

                              

새해의 결심..

이 부분이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굵은 목소리로 얘기 하겠습니다..

우리 아이도 어느 때는 굉장히 아기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굵은 목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특이한 목소리로 튀게 말하면 이상하게 쳐다보곤 한다.

잘못하는 일도 아닌데 ...스스로 인식하고 노력해서 굵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걸 사람들은 모르겠지.

(스스로 인식할 수 있고, 그 문제점을 고치려고 노력하면 많은 발전이 있을 거라고 언어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상현 씨는 뭐든 잘 할 것 같다. 안타까운 점은 자신의 목소리나 발음을 인식을 하지 못하여 노력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책 속에 상현 씨 어머님의 말씀 중 정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장애는 치료나 극복하는 게 아니라는 거..

얼마 전 학교 가정통신문이었나.. 어디선가 장애를 극복하고..라는 대목이 있었다.

극복. 뭘 어떻게 극복해야 극복이라는 게 되는 것일까.

자폐는 내 아이의 특성이다.

극복해야 할 역경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론 신변처리나 잘못된 행동들은 가르쳐야 하지만 이건 세상 사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마치 누군가에게 "야, 너 어깨가 너무 넓다. 좀 좁게 만들어봐. 극복해봐." 하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뼈를 깎을 수는 없지 않은가. ㅎㅎ(사실 내가 어깨가 넓어서..)

제일 마지막 부분에 상현 씨 어머님이 2000년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있었다.

젬마(상현 씨 어머님의 세례명)를 부르며 적은 이 편지는.. 지금 이 땅에서 헤매고 있는 수많은 젬마들에게 해주는 조언 같았다.

젬마님이 말씀처럼 나도 내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아이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히 해나가야겠다.

상현 씨는 이제 직장인 2년 차라고 한다.

나에겐 너무 부럽고 꿈같은 이야기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들 투성이다.

불공평함, 안 되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자.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I'm fine~

책을 읽고 나니 다시금 용기가 생긴다.

이 땅의 모든 발달장애인들과 부모님들을 응원한다.

물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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