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브랜드 - 가볍게 풀어낸 브랜드 달인의 40년 내공
이장우 지음 / 올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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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유하는 스토리가 곧 상품이자 브랜드인 세상에서, 기업이나 개인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스토리’가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회자되는 스토리’를 강조하면서 <이장우의 브랜드>는 스토리에 관한, 1부의 막을 열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스토리를 담은 신발 <버켓핏>의 스토리에서, 이제 신발은 ‘플랫폼’이 되어버리고 신발을 통해서 전달되는 ‘스토리’가 진짜 상품이 됩니다. 마치 우리가 책을 사는 행위의 본질이 다만 종이의 묶음을 사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 것입니다. 물론 저는 종이책 덕후이고, 신발 덕후라서 물건의 재료와 디자인에 나름 저만의 엄격한 기준이 있지만, 그 재료와 디자인 마저도 ‘제조 과정’이라는 ‘스토리’가 특별하다면 그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달라지겠지요?

독특한 경험을 통해 스토리가 만들어진 사례이자, 이 경험에 대해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렐루 서점>의 사례에서, 경험-스토리-브랜딩으로 이어지는 가치는 곧 매출로 환산될 수 있음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브랜딩의 근본적인 목적이 매출로 수렴되는 ‘가치 창출’ 활동이라는 것을 대놓고 인정하기 어려운 분위기도 없지는 않지만요. ‘난 나를 브랜딩하고 있어’라는 어필에 대해, ‘난 나를 잘 팔리게 하고 있어’라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을만큼 브랜딩에 통달하고 실제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이미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론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의 형태라면, 그것이 아무리 ‘비싸고 예쁜 쓰레기’라 해도 팬들의 활동에 따라 미화될 수 있겠지요. 말도 안되는 프리미엄이 붙는 고가의 브랜드, 단지 한정판이라는 이유로 밤새 줄서게 만드는 특정 브랜드의 굿즈와 같은 사례에서, 딱 반 발짝만 물러서면 ‘대체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거든요.

또한 이미 소비 사이클이 어느 정도 확보된 ‘인간 브랜드’인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가 팬 관리 차원에서 브랜딩을 보강하는 것은 어찌보면 의무입니다. 팬들이 구입한 ‘가치’를 유지보수하는 것이, 투자의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런 스타들마저도 ‘뒷광고’를 한다거나 대놓고 팬들을 호갱으로 대접해드리면, 어마무시한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는 것 만큼, 브랜딩은 만만한 영역이 아니긴 합니다. 그래서 플랜B 차원의 부캐로나마 ‘1인 기업’ 또는 ‘투자자’를 꿈꾸는 우리 모두에게 ‘브랜드’에 대한 기초 상식을 가볍고도 진지하게 풀어낸 이 책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스토리의 지속성과 관련하여 등장했지만, 스토리 자체가 독보적인 사례였던 곰표는 ‘인스타그래머블’할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세대를 초월하여 회자되는, 말 그대로 ‘이야깃거리’가 되는 브랜드입니다.

좋아하는 미드를 케이블에서 방영 중인 걸 알면서도, 시간 맞춰 찾아보기 보다는 넷플릭스에 한꺼번에 업로드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지금 시대의 스토리 소비자입니다. 당연하게도, TV광고의 제품보다는 서로 안부인사를 주고 받는 인스타그램 또는 블로그의 이웃친구들이 직접 써보고 리뷰하는 제품에 훨씬 더 노출이 잘 되고, 호감도 높겠죠?

한국과 외국의 서비스업—서비스 하는 자와 받는 자의 관점으로 보는 서비스—의 온도차는 논외로 하고. 자포니언의 미담을 빌려오자면, ‘재량권’을 가진 서비스는 더욱 좋은 스토리를 (우발적으로) 생산하고 그 스토리가 돌고 돌면서 브랜드 가치도 상승한다는 이야기. 아마도 AI시대에 필요한 진짜 서비스 스토리가 아닐까요?

어찌보면,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가 아닌 이상, 브랜드 노마드를 얼마나 찐팬으로 확보하는 지가 브랜드 생명 유지의 핵심적인 척도일 수도 있겠네요. 어차피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패션이 정착되면 스타일이 되거든요. 밈으로써의 브랜드가 어떤 스타일의 대명사가 된다면, 브랜드 이상의 무언가가 되는 겁니다. 스타가 위인이 되는 순간이죠.

*본 서평은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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