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 - 꿈과 민담 속 상징으로 마음을 읽다.
문심춘 지음 / 그루칸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린 시절의 꿈을 통해 나는 지구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때 일어난 일은 산 채로 매장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다시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 나는 그 꿈이 어둠 속으로 가능한 한 많은 빛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음을 안다. 그 꿈은 어둠의 세계로의 입문이었다. 나의 연구는 그 시절 무의식적으로 시작되었다. -카를 구스타프 융(프랭크 배런 <크리에이티브의 시간들>에 수록, <기억, 꿈, 성찰>에서 발췌)

현대 심리치료에서는 서사 치료naratve therapy라는 접근법이 있습니다. 이는 자기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함으로써 치유를 도모하는 심리치료 기법입니다. 우리가 자기 경험을 어떤 이야기로 엮어내는지에 따라 그 경험의 의미와 정서적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서사 치료의 기본 전제입니다. -26p

*

​고통스러운 경험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경감하는데, 어떤 방식으로든 고통을 표현한다는 건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고통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문장 자체가 주는 힘은 엄청나다. 이것이 언어의 힘이다.

내러티브 테라피는 여기에 더해 자신의 삶을 서사로 재구성하면서 경험을 초월한다. 우리는 사람 1 역할에 그치지 않고 창조자로의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된다. 내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나는 어떻게 행동을 했고, 그걸 느끼는 나와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는 등의 서술을 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 표현 방식과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서 만나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치료법으로의 예술, 특히 서사는 유용하기에 이러한 상황이 어떤 사람들을 소설가로 재탄생하게 한다. 한국어로 수동형 문장을 쓰면 어색하지만 어떤 소설들은 작가의 의지와 별개로 서술되는 것으로 보인다.

*

그런 내면의 따뜻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발달합니다. 심리학자 도널드 위니콧은 이를 ‘혼자 있는 능력capacity to be alone’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자기 자신과 관계 맺는 능력으로, 외로움과는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한스의 8년은 바로 이런 혼자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한스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독특한 존재 방식을 수용하는 법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52p

융은 이런 과정을 ‘밤의 바다를 건너는 여정The Night Sea Journey’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것은 의식이 무의식의 깊은 영역으로 들어가 변환되는 과정을 의미하며, 종종 고통과 혼란을 수반합니다. 하지만 이 어둠의 시간을 통과해야만 더 높은 차원의 의식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확장된 의식으로요.
-104p

꿈을 살펴보는 일, 그것은 곧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입니다. 때론 꿈은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진실을 직면하는 순간,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융이 말했듯 꿈은 우리에게 무의식이라는 신비로운 세계로 초대장을 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초대에 응하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더 깊은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180p

*

꿈을 통해 억압된 무의식을 해방시키고, 그렇게 집단 무의식으로 존재하게 된 상징과 문화적 유전자는 구전문학, 민담의 형태로 응결된다. 유명한 신데렐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민담을 읽으면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다른 종과 맺는 관계, 자연 혹은 우주와 인간을 중재하는 고대 신앙 등을 관찰하면서 대륙을 넘나드는 스토리의 마력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 무의식, 내 안에도 있다. <길을 잃은 나에게 꿈이 답하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욕망과 무의식을 꿈과 집단 무의식 속의 코드를 통해 해석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이야기를 통해 억압된 욕망과 치유법을 알아보자. 읽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고 치유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다.

(출판사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막연한 현재' 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 단 한 번도 그런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고, 조금만 지나도 그 '현재'는 지금과 다른 구체적인 과거가 되어버립니다. 그렇다면 전 그 시대가 정확히 언제였고 그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 구체적인 과거를 사는 사람들은 완벽하게 비정치적일 수 없습니다.
-241p, 작가의 말

*

인간인가 아닌가. 생명을 가진 존재와 지능을 가진 존재의 가치가 다르다면 왜, 어떻게 다른가. 진짜 나는 무엇인가. (진심이 담긴 혐오와 친절한 거리두기 중 무엇이 더 모욕적인가.) 인간은 같은 종의 다른 모습을 왜 견디지 못하는가. (말살하려 하는가!)

​시간 여행이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는 걸 어느 시점에 깨달았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댈러스행 국제선 비행기(최초의 장거리 비행)에서 보다 잠들었는데도 이해가 됐던(?) 무자막 <인터스텔라>였나? 아니면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읽는 동안이었나? 무엇이든, 잠들어 있던 시간여행(을 상상해보는 설계자)의 욕구를 깨우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22세기 말이 배경인 나의 디스토피아(혹은 유스토피아)는 여러 이유로 아직 잠들어있다. 그중 하나는 재생산에 집착(?)하는 나의 욕망을 좀더 냉정하게 관찰하고 싶은 마음, 또 하나는 과거를 거울삼아 다양한 시간대를 자유자재로 이동하고 싶음이다. 토하지 않을 속도로 역사와 동시대에 관한 문헌(그래봐야 대중교양서와 인터넷 검색일지라도)을 검토하면서 이 분야에 특화된 작가들-허버트 조지 웰스, 황모과, 한강-을 탐독하고 있다.

퍼플레인의 4, 5, 6, 7권(모두 정보라 작가의 단편집이다.)을 읽는 내내 3권이 듀나 작가의 책이란 걸 알면서, 부끄럽게도 이제야 8권을 통해 듀나 작가에게 입문했다. 듀나 작가의 시간여행은 (그래봐야 조금 영리한) 독자로서는 예상치 못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40년 또는 2년 또는 찰나가 역사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상상하게 한다.


*

이전에는 중요했지. 인간인가 아닌가. 하지만 대화가 가능한 온갖 지적 존재들이 만들어지면서 우린 그 구분을 포기해버렸어. 우주선이건, 스테이션이건, 안드로이드건, 산업 로봇이건, 개량된 다른 동물이건, 우린 모두 시민이야. -20p, 그깟 공놀이


하지만 진짜가 그렇게 좋니? 너도 네 진짜 모습을 다 보여주고 싶지 않을 거고, 다들 그럴 거야. 넌 이런 게 가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건 피부처럼 자연스러운 우리 일부야. 진짜 자신을 보여준다는 건 내장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너도 슬슬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좋은 너를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거야. -91p, 항상성


아발론 요새 사람들은 무색인들을 혐오했다. 그들의 지능을 의심했고 그들을 둘러싼 폭력적인 소문을 두려워했다. 색소가 결핍된 외모 역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를, 그게 어렵다면 될 수 있는 한 아발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기를 바랐다. 첫 번째 바람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피임 기구의 제공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무색인 여자들이 그 혜택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발론의 문명인들이 이들에게 주는 유일한 선물이 산아제한이라면 이는 그냥 인종차별적이었다. -121p, 아발론


너희들은 그렇지 않아도 무한하게 갈라질 시간선에 하나를 더 추가할 뿐이야. 그리고 네가 아무리 그 시간선의 며칠 앞으로 가서 같은 장난을 쳐도 그 시간선의 마산과 부산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살릴 수 없어. 그 사람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죽은 채로 남아 있어. 그리고 네가 조작해 새로 만든 시간선이 그 뒤로도 제대로 흐를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지?
-178p, 파란 캐리어 안에 든 것


*


가장 그리운, 혹은
고통스럽기 직전의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런 생각을 종종 해보지만 부질없다. 근미래의 기술이(설령 상상일 뿐이라도) 과거의 나로 돌아가게 한들 2025년 현재의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가 순식간에 공중분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의 (메타인지적) 자아가 과거로 이동한다면 여기 남겨진 나는 더 고통받겠지.


(출판사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벤 앰브리지 지음, 이지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웅은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돌아갈지는 모른다. 물론 여정은 놀랍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으로 가득할 것이다. 만약 사건들이 지나치게 예측 가능한 경우(영웅이 집으로 향하는 직항 비행기에 탄다) 혹은 지나치게 예측 불가능할 경우(영웅이 개구리로 변해 지구 밖으로 뛰어 내린다) 만족할 만한 이야기라 할 수 없다. -17p, 이 이야기가 당신의 인생이 된다

*

어디서 많이 보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가 있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 너무도 만연해서 읽은 듯한 <오디세이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셜록 홈즈 시리즈의 <실버 블레이즈>, 지극히 사실적인 동시에 연극적인 <기생충>, 전세계에 걸쳐 거의 자연발생적(?)으로 존재하는 <신데렐라>의 다양한 버전과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미운오리새끼>, 한 시대를 형성하다시피 했던 <헝거게임> 등 흥행에 성공한 이야기에는 뭐가 있다?!

<이야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에 등장하는 여덟가지 마스터플롯은 물론 처음 등장하는 마스터플롯들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 벤 앰브리지 교수는 마스터플롯의 흥미요소를 찾는데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마스터플롯이 ‘현실’에서 바이럴된 경우와 그 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해부로 나아가며 악용된 사례까지 분석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상하는 마스터플롯을 조장하고 기만하는 악당을 지목한다. 그래야 플롯에 낚이지 않고 플롯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의 위기에서 멸망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가려면 어떤 마스터플롯을 따라야 할까?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구해야겠지만, 각자의 일상을 보다 흥미롭게 만들 수 있는 마스터플롯은 무엇일까? 픽션을 위한 스토리 창고 이상의 무언가를 건네받은 듯하다.


*

속임수가 핵심이다. 위대한 코미디나 미스터리 작가는 결과를 완벽하게 위장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예측을 위한 씨를 심고 키운다. 경찰은 마권업자를 체포했다……그는 마구간을 기웃거렸고……동기도 명백했다.
-85p,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면 언탱글드 마스터플롯


슬픈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은 연민뿐만 아니라 판타지 항목에서도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들은 소설이나 영화의 서사에 푹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음악과 이야기는 비슷할 것이다. 비극적인 이카로스 마스터플롯을 즐기는 사람은 (슬픈 음악처럼 모든 사람이 즐기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을 향한 연민의 감정을 즐긴다.
-127p,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카로스 마스터플롯


우리는 공정한 세상을 왜 믿는 걸까? 이에 반하는 증거가 매일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러너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는 건 그러한 믿음 때문이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 우리의 노력이 직업적이든, 사회적이든, 사랑이든 성과를 내리라 믿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사실이 아닐 경우, 모든 것이 혼돈 그 자체라면 굳이 왜 그런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283p, 모두의 응원과 사랑을 받고 싶다면 약자 마스터플롯


우리 모두 자신이 태어난 순간 '다른 사람들'(우리가 모르는 사람)이 구멍을 파기 시작했으며 그때 이후로 구멍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356p, 밑바닥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구멍 마스터플롯


나는 이 책이 세상을 구하기를 바란다. 전 세계 리더들(정치인, CEO, 인플루언서 등 기후 변화와 관련해 조치할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마스터플롯이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마스터플롯을 현실적인 사건에 부여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힘을 깨달아 그들이 마침내 행동을 취하기를 바란다. -388p, 당신 인생의 이야기


*

성공한 이야기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괜히 희망이 생기는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어느 시대, 어느 시절에나 좋은 날과 슬픈 날이 있었겠지만 우리는 말 그대로 ‘타들어가고’ 있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마스터플롯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의 하이스트리트 -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 대한민국 6대 상권의 비밀
김성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토피아는 관념에서만 존재하고, 하이스트리트의 아홉 가지 속성 중 일부는 상충하는 힘에 가깝다. 상충하는 힘의 공존은 거친 봉합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그대로 두는 데서 실현된다. -11p, 들어가는 말

사람을 모으고, 브랜드를 살리고,
도시를 바꾸는 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뒤표지

***

산책덕후도 산책덕후 나름이겠지만 산책본능을 명동에서 발견한 한국언니라면 얘기가 다르다. 메가 하이스트리트인 홍대와 강남이 본격적으로 흥행하던 2000년대에 20대를 보낸 한국언니는 여행도 산책하기 좋은 곳만 골라서 했다.

도쿄 하라주쿠나 맨해튼 5th 애비뉴는 물론 그보다 먼저 방문한 오모테산도(당시에는 청담인 줄)와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좀 여기가 제대로 성수 느낌)까지, 해외의 하이스트리트를 다녀와서도 팬데믹 이후로 국내 핫플을 재발견하는 재미에 정신을 못차리고 다음 여행비용을 미리 탕진하고 있다. 어쩌면 서울이 가진 잠재력이 이제야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지도.

​이 책은 ‘상권’을 다루는 동안 적어도 서울, 도쿄, 뉴욕에는 있을법한 글로벌 브랜드와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이라는 친숙하고도 브랜딩된 장소에 집중하기에 경영이나 부동산과 심적 거리가 있더라도 산책하듯이 즐기면서 방구석 시장조사를 할 수 있다. (문학덕후에게 특히 추천!) 해외를 포함해 현장에 방문한 적이 많을수록 이해가 빠를 것이다.


[목차 X 챕터요약 X 책속에서]

밸류애드: 가치를 더하다

1946년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최초로 만든 파리 몽테뉴가 30번지의 디올 하우스를 재현한 디올 성수의 건축물은 SNS 업로드용 사진의 필수 스폿이 되었다. -53p

앵커: 시선강탈을 하는 스폿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공장소나 유휴 공간도 종종 앵커가 된다. 코엑스와 수원 스타필드의 별마당 도서관은 상업 기능이 배제된 서비스 공간인데,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그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하고 있다. -85p

파사드: 랜드마크의 필수조건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돔형 엔터테인먼트 공연장이다. 높이 112미터, 지름 157미터에 달하는 대형 공연장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너끈히 들어간다고 한다. 지구를 축소하거나 지구본을 확대해 놓은 모양의 이 공연장은 지구인 1만 8,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125p

팬데믹: 선견지명과 불확실성의 파티

명품 브랜드들은 백화점이 정한 조건을 따를 수 밖에 없었고, 백화점의 보이지 않는 참견으로 청담동이라는 한국의 특수 상권을 제외하고 플래그십을 내는 게 어려웠다. 이런 연유에 반은 농담, 반은 진담으로 청담동을 ‘명품의 유배지‘라 부르기도 했다. -140p

레이어: 성장과정이 빚은 시그니처

명동은 특유의 회복탄력성으로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팬데믹 등의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때마다 변화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남았다. 명동이 서울의 심장부로서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지켜보는 것은 도시 경제와 리테일 트렌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다. -171p

등용문: 브랜드와 상권의 역학

요즘 ’힙‘한 브랜드는 백화점이라는 전통적 상업 시설에 입점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MZ세대, 알파세대에게 백화점은 더는 선망의 쇼핑 공간이 아니다. -202p

K: 이제 세포라도 안 부럽지 모야

글로컬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국제적 시각과 지역적 특성을 결합한 개념이다. 세계적 트렌드와 기준을 지역 특성에 맞게 적용하고, 지역의 강점을 세계적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차기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떠오르는 북촌과 을지로 일대는 그 지역만의 정통성과 토속성이 시장 가치를 인정받아 이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개성을 가진 관광지로 널리 알려졌다. -215p

연결: 핫플에 끌리는 마음

소비자들이 자기 아이덴티티와 공명하는 공간을 찾아가는 시대에, 네오 하이스트리트는 방문 자체가 자기표현의 일부가 되는 효용을 준다. 동시에 도시 공간의 파편화와 계층적 분리라는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246p

(디자인하우스 도서제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쟁하고 밟고 올라서는 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한층 더 삭막해진 시점에 진짜 어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주는 좋은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고 포근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저자께서 인터뷰한 여러 분야의 의젓한 사람들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