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룰렛-장미의 왕자

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창비의 [단편하게 책 읽는당] 두 번째 이벤트는 은희경 작가의 출간 예정 소설집 '중국식룰렛'이다. 당첨되어 출간 전 작품을 읽어볼 기회를 또 얻었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데, 최근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읽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각기 다른 인물인 '나'의 이야기가 시간과 공간차이를 두고 담담히 이어진다. 6개의 단락(?) 속에서 여자와 남자인 '나'는 생각하고, 슬퍼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상처받고, 어느 나라의 전설인지 모를 '장미의 왕자'를 떠올린다. ('장미의 왕자' 부분은 정말 두 사람 다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이 만날 접점이 있으나,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마주치지 않는다. 

 두 인물을 '정리'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 번 읽었을 때는 명료하게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돌아보자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다. 그래서 다시 읽었다. 마치 다른 작품을 읽듯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빛이 미끌어지듯이 쓸쓸하고 외로운 인물들 위로 문장이 쏟아졌다.

눈이 녹기 시작한 계절이 배경이었음에도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처럼 눈부신 골목길이 떠올랐다.
그들의 감정이 '따뜻함'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느껴져서 그랬던 것 같다.

 

Y의 집을 뛰쳐 나온 '나'는 새로운 곳을 잘 찾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