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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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우리가세상을이해하기를멈출때의 작가 #뱅하민라바투트의 신작 #매니악입니다. 
이 책은 1부 '파울 또는 비이성의 발견' 에서 오스트리아의 이론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부' 존 또는 이성의 광기어린 꿈'에서는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자세하게 천재 수학자 혹은 수학의 괴물 존 폰 노이만의 이야기를, 그리고 3부 '세돌 또는 인공지능의 망상'에서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공지능 알파고와 천재 그랜드마스터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을 다루고 있습니다.
혁명과도 같은 '양자역학'의 등장에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이론을 받아들이고자 했음에도 자신의 발 밑이 와장창 부서진 것 같다고 느꼈던 에렌페스트의 삶의 여정을 매우 속도감 있게 그려낸 1부를 지나 2부 에서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똑똑한 사람'(p.49) 이었고 , '우리와 다른 외계인'(p.51)이었던 '노이만 야노시 러요시'(p.57) 일명 '조니 폰 노이만'(p.59)을 만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이제 막 유대인들을 잡아 넣을 구실을 만들고, 서서히 그들의 숨통을 조여 오던 유럽에서 '괴물'같은 천재성을 뽐내기 직전 소년 시절의 연치(폰 노이만)의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유진 위그너는 '세상에는 두 유형의 사람이 존재한다. 연치 폰 노이만과 우리 나머지.'(p.63)로 운을 뗍니다.
소년 시절부터 폰 노이만을 지켜봤거나, 함께 세월을 지낸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수학의 괴물, 컴퓨터 시스템을 세상에 내놓은 이 인물의 삶이 다각적으로 펼쳐집니다. '천재'라서 그랬을까 싶은 괴팍한 성격은 차치하고라도  그의 삶은 그가 손 댔던 혹은 관심일 갖고 덤벼 들었던 다양한 영역 만큼이나 파란만장 합니다. 애니악을 시작으로 마침내 '매니악'(Maniac)을 만들어냈고, 무엇보다 무시무시한 지성으로 사람들을 끌어 들였던 그가 암 발병이후 주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주제,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주제에 집착 하는 모습은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만듭니다. 그는 '중간'이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광기'가 그런 일들을 가능하게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폰 노이만의 위대한 성과인 '컴퓨터'를 통해 허사비스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만들어냅니다.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이야기는 그 과정이 어렵기도 했지만, 전투장면을 보는 것 처럼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 중에도 한켠으로 정말 사람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결국 사람을 이기고 마는가 하는 씁쓸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인간의 흔적'을 지우고 자체적으로 진화하는 '인공지능'은 너무 가까이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의 은퇴후 '마스터'라는 온라인 기사에게 처참하게 패한 커제의 '자가학습으로 인공지능이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네요. 미래는 AI의 것입니다"(p.404)라는 말이 서늘하게 다가옵니다. 
존 폰 노이만 한 사람이 이뤄냈다고 믿기 힘든 광범위한 영역의 성과와 업적들. 그 과정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매우 흥미 진진합니다. 물리학이든 수학이든 잘 모르는 저는 그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구분하기는 불가능했습니다만 이런 작품을 통해 빙산의 일각 같은 작은 부분이나마 알게 됐습니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볼 줄 아는 초현실적인 능력, 거꾸로 말하자 면 오직 기본만을 보는 특유의 근시안은, 그가 가진 천재성의 비결인 동시에 흡사 어린애 같은 도덕적 무지의 이유였다 - P105

"지금 우리 가 만드는 괴물은 역사를 바꾸겠지. 미래에도 역사라는 게 남아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군사적 이유 만이 아니라 과학자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건 비윤리적이지. 어 떤 참혹한 결과가 따르더라도 실현 가능한 것을 하지 않을 순 없어. 게다가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 - P165

우리는 조니에게 참 많은 빚을 졌다.
조니는 우리에게 단순히 20세기에 가장 중요한 기술의 돌파 구만 마련해준 게 아니었다.
그는 자기 정신의 일부를 남겼다. - P192

이제 진보는 이해를 초월할 만큼 빠르고 복잡해질 걸세. 기술력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진 성과이고, 과학은 지극히 중립적이어서 어떤 목적으로든 쓰일 수 있는 통제 수단 을 제공할 뿐 모든 사안에 무관심하지. 어떤 특정한 발명품의 비뚤어진 파괴력이 위험을 초래하는 게 아니야. 위험은 원래부 터 내재해 있지 . 진보를 치유할 방법은 없어. - P297

스타일이나 아름다움 따위에 무관심했으며 프로 바둑 기사들처럼 서로 속고 속이며 치밀한 심리전을 벌이느라 시간 을 낭비하지 않았다.( - P369

마스터는 우주를 탐험하도록 두고 나는 나만의 뒤뜰에서 놀게 해주십시오. 나는 나의 작은 연못에서 고기를 낚겠습니다. 자가 학습으로 인공지능이 어디 까지 발전할까요?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네요.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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