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폭풍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2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이상해 옮김 / 레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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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은 알았을지 모르나 초면인 작가 이렌 네미롭스키의 #프랑스픙조곡시리즈 중 한 권입니다.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모티브로 쓰여졌다는 이 작품은 2차 대전 당시 파리가 독일군에게 함락된 그 시점을 시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간헐적인 공습은 있어도 전쟁은 먼 곳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던 파리의 시민들은 가까워지는 포탄 소리에 당황합니다. 베토벤 교향곡의 도입부처럼 시시각각 큰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적의 진군 소식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피난을 떠나기 시작합니다. 부유한 페리캉 집안의 사람들, 유명한 작가, 골동품 수집가 그리고 은행에서 근무하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력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미쇼부부와 입대힌 그들의 아들 그리고 페리캉 집안의 하인들과 피난 길에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 밀려드는 피난민들에 당황한 시골 사람들. 그들의 행렬은 계속되고 독일군은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돈이 있어도 방을 구하거나 식료품을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집 한채를 이고 갈 것 같았던 페리캉부인은 그 와중에 유산을 물려 줄 시아버지를 어느 시골집에 놔둔채 피난길을 서두릅니다. 차에 자리가 없어서 은행장을 따라 갈 수 없었던 미쇼부부는 중간에 파리로 돌아옵니다.
전쟁이 끝나고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이 파리로 돌아오고 마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참전해서 전사한 군인들도 많지만 파리를 떠났던 사람들 중에는 페리캉 집안의 첫째아들 필리프처럼 타지에서 어이없이 사망하거나 이제 다시 파리의 삶을 만끽하러 나섰다가 역시 어이없이 사고로 사망한 샤를 라줄레도 있습니다.
후세를 살고 있는 독자인 저는 그 전쟁의 끝이 1941년이 아닌 걸 알지만 작품 속의 파리 시민들에게 당시는 일단 전쟁이 끝나고 잠시나마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아니았을까 싶습니다.
폭풍 속을 헤매는 것 같은 혼란한 피난의
와중에 사람들은 여과없이 살아남고자 하는 본성을
드러냅니다.
작품자체로 눈을 떼지 못하게 흥미진진합니다. 특히나 순간 순간 그 계절이 주는 아름다운 장면들을 각인시킬만큼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아서 전쟁이라는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됩니다.
등장 인물들에 대한 묘사와 그들의 얽히고 섥힌 관계릉 마주하게 되는 재미도 굉장했습니다.
이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뭐야, 완전히 어린애잖아!" 여자들이 수군거렸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묵시록의 광경을, 기괴하게 생긴 끔찍한 괴물 같은 것 을 보게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91

그 각각의 냄새는 땅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먹을 수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드러냈다. 풍뎅이, 들쥐, 귀뚜라미, 그리고 목소리에 맑은 눈물을 가득 담고 있 는 것 같은 작은 두꺼비. 은빛 털로 뒤덮인 분홍색 나팔 이나 메꽃처럼 뽀족하고 안쪽으로 살짝 말린 고양이의 기 다란 두 귀가 쫑긋 세워졌다. 알베르는 너무나 가늘고 신비 스러운, 하지만 자신에게만은 너무나 분명하게 들리는 암 흑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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